[한마당-신종수] 기무사 기사의 사진
기무(機務)는 중요하고 기밀한 업무를 뜻한다. 조선 말기 고종이 국정을 총괄하기 위해 설치한 통리기무아문(通理機務衙門)이나 갑오개혁 당시 정치·군사에 관한 일체의 사무를 맡아보던 군국기무처(軍國機務處) 등에서 이 용어를 볼 수 있다.

계엄령 검토 문건으로 수사 대상이 된 국군기무사령부는 군대에서 가장 ‘끗발’이 센 곳으로 통한다. 군복무 시절 보안부대(1990년 이전에 기무사는 보안사, 예하 부대는 보안부대라고 했다) 일병이 우리 부대 병장에게 반말을 하는 것도 봤다. 보안부대 부사관이 중대장 앞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피우는데 중대장은 부사관에게 매우 공손한 태도를 취했던 것도 기억난다. 보안부대 소속은 머리도 길렀고 사복을 입고 다녔다. 건물도 가장 최신식 건물이었다. 기무사가 군내 권력기관일 수밖에 없는 것은 장교나 장군들에 대한 감찰을 하고 보고서를 제출하는 일도 하기 때문이다. 보통 대령이 부대장인 부대는 기무사의 중사와 상사 등 부사관이 소속 장교와 지휘관을 감찰한다. 준장이 지휘관인 부대는 원사가, 사단장인 소장급 부대는 소령, 군단장인 중장급 부대는 중령이 감찰을 한다. 진급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기무사 인력은 4000명 가량, 예산은 매년 900억원 정도 배정된다. 이 가운데 구체적인 사용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특수활동비만 매년 200억원 넘게 사용하고 있다.

보안사가 기무사로 명칭을 바뀐 것은 윤석양 이병 사건이 계기가 됐다. 1990년 보안사 서빙고분실에서 근무하던 윤 이병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등 민간인 1300여 명에 대한 사찰 기록이 담긴 카드와 컴퓨터 디스켓을 들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로 간다. 대학 선배인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연락해 자료를 넘기고 기자회견도 가졌다. 국방부장관과 보안사령관이 경질된 이 사건은 나중에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기무사는 군사보안 및 방첩, 군 관련 첩보 수집, 군내 특정범죄 수사 등 군 관련 업무만 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까지 불법적인 세월호 유족 사찰이나 댓글 여론조작을 했다. 기무사로 이름만 바뀌었을 뿐 민간인을 사찰하는 나쁜 습성은 바뀌지 않은 것이다. 급기야 시민들이 촛불집회 하는 것을 보고 계엄령 검토 문건까지 만들었다니.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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