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번역가 안 사요” 외화에 쏠리는 매서운 눈초리 기사의 사진
자막 번역 이슈로 비상이 걸린 외화들. ‘앤트맨과 와스프’(위 사진)와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은 아예 번역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각 영화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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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훈 번역가의 작품(번역) 참여를 반대합니다.” 지난 4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이하 ‘어벤져스3’)의 자막 번역을 담당했다가 오역 논란을 빚은 번역가를 향한 항의성 청원이었다.

번지수를 잘못 찾은 엉뚱한 요구로 보이지만 당시 여론은 그만큼이나 뜨겁게 들끓었다. 전작들에서도 크고 작은 오역이 있었으나 ‘어벤져스3’에서의 오류는 치명적이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잇츠 엔드 게임(It’s end game)”이란 대사를 “가망이 없어”라고 번역한 부분이 문제가 됐다. 이를 “최종 단계야”라고 해석했어야 다음 시리즈로의 연결이 매끄러워진다는 것이다.

상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관심을 모은 데다 마블 영화를 열렬히 사랑하는 마니아 팬들이 있었기에 여파는 더욱 거셌다. 이를 계기로 외화를 선택하는 관객들의 시각도 얼마간 달라진 분위기다. 출연배우 혹은 감독을 보고 작품을 고르던 것에서 이제는 ‘누가 번역했는가’라는 새로운 기준이 추가된 것이다.

수입·배급사들은 초긴장 상태다. 7월 개봉작인 ‘앤트맨과 와스프’의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와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의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아예 번역 담당자를 비밀에 부쳤다. “박지훈 번역가는 아니다”라는 입장만 내놨을 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외화 오역 논란이 잇따르면서 엔딩 크레디트에 번역가의 이름을 빼거나 필명을 쓰는 경우도 늘어났다.

수입·배급사로서는 작품 외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하지만 관객의 불만은 상당하다. 영화 전문사이트 익스트림무비 회원 A씨는 “번역가는 스토리 전달을 담당하는 중요한 스태프인데 정체를 숨기는 게 말이 되나.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서라도 번역가를 명시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한 수입·배급사 관계자는 “작품 관련 배경지식이 풍부한 관객들이 늘다 보니 아무래도 번역가 선택에 더 신경을 쓰게 된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또 다른 영화계 관계자도 “최근 번역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자막에 더 많은 자원을 투여하고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는 추세”라고 전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단순한 소비자로서 수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직접 참여하려는 대중의 욕구가 커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기존 번역가들은 위기의식을 느낄 것이다. 이는 대중문화 콘텐츠 전반에 일어나는 흐름이기도 하다. 자막뿐 아니라 사진·영상까지 전문가가 독점하던 영역들이 전부 깨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남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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