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de & deep] 혁신? 혼란?… 銀産분리 규제 완화 여부가 좌우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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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촉매제가 될 기회를 주십시오.”

심성훈 케이뱅크 행장은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1년의 성과 평가 및 향후 과제’ 토론회에서 애타게 호소했다. 핵심은 ‘은행·산업(은산)분리 규제’의 완화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를 10%(의결권은 4%)로 제한한 은산분리 규제를 인터넷은행에 한해 풀어 달라는 것이다. 심 행장은 “인터넷은행에 한정된 은산분리 완화 특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인터넷은행의 혁신적 성과가 한 차례 실험으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현장의 우려가 높다”고 전했다. 모바일 서비스 혁신과 중금리대출 확대 등을 위해선 자본이 더 필요한데 자본 확충이 은산분리 규제에 가로막혀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의 규제 혁신 바람을 타고 ‘은산분리 논쟁’이 다시 불붙었다. 은산분리 규제는 은행의 재벌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 1982년 처음 도입됐다. 36년간 이어진 규제는 지난해 출범한 인터넷은행의 운영난과 충돌하고 있다. 금융권에 경쟁을 일으키고 혁신을 퍼뜨릴 ‘메기’가 될지, 잠시 시장을 흔들고 말 ‘미꾸라지’에 그칠지는 은산분리 규제에 달렸다는 말이 나온다. ‘금융규제 혁신’과 ‘재벌의 사금고화 우려’라는 찬반 논리도 팽팽하게 맞선다. 그 사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담은 법안만 국회에 5건이나 계류 중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면서 “은산분리 규제 적용방식을 재점검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규제를 만들던) 당시 우리나라는 대기업들이 금융회사의 자금을 독점하던 시대였다”며 “이제는 시대 변화에 따른 요구를 수용할 만큼의 사회·경제적 여건이 충분히 성숙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은행의 규제 완화 요구에는 자금난이 깔려 있다. 지난해 4월과 7월 출범한 케이뱅크, 카카오뱅크는 금융업계의 ‘메기’로 주목받았다. 모바일 기술로 무장한 두 은행이 기존 은행들과 경쟁하며 금융산업 혁신의 물꼬를 틀 것이란 기대가 컸다. 하지만 두 은행 모두 불어나는 몸집에 비해 수익성은 저조하다. 출범 이후 계속 적자 행진 중이다. 케이뱅크는 증자에 어려움을 겪다 지난해 7월부터 일부 신용대출 상품의 판매를 세 차례나 중단하기도 했다.

조대형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인터넷은행이 경영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은산분리 규제 등 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인터넷은행이 적기에 자본을 확충하지 못할 경우 성장에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인터넷은행은 산업자본의 투입 통로가 열려 있다. 일본에서 영업 중인 10개 인터넷은행 중에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인 야후재팬(재팬넷은행), 편의점업체 세븐일레븐(세븐은행) 등 산업자본이 30∼40% 규모의 지분을 갖고 있다. 중국도 ICT기업인 텐센트(위뱅크)나 알리바바(마이뱅크), 샤오미(WX뱅크) 등이 주요 주주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규제 완화를 반대한다. 참여연대는 지난 5일 “금융위가 추진하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인터넷은행에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필요하지 않다’는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의견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은행이 기존 은행과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케이뱅크나 카카오뱅크는 중금리대출 상품을 판매할 때 기존 개인신용평가회사(CB)의 신용평가시스템을 기반으로 결정한다. 시중은행과 같은 방식이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시스템은 개인정보 보호 규제에 막혀 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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