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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수출→일자리 창출 고리 끊겼다, 일자리 절벽 장기화 가능성

6월 취업자 수 증가 10만명대, 4분기 제조업 전망은 더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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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일자리 실종’의 덫에 걸렸다. 고용지표가 나아진다던 정부의 예측은 빗나갔다.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제조업에서는 빠른 속도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투자·내수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출 엔진마저 식으면 ‘일자리 절벽’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높다. 제조업체들은 3분기 경기를 더 나쁘게 본다.

여기에다 수출과 일자리의 연결고리는 끊어졌다. 전체 수출 실적이 나쁘지 않은데도 고용지표는 5개월째 ‘쇼크’ 수준에 머물러 있다. 올해 상반기 수출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6.6% 늘었지만 취업자 수 증가폭은 최악을 치닫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경제현안 간담회를 갖는다.

통계청은 지난달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10만6000명 늘어난 2712만6000명으로 집계됐다고 11일 밝혔다. 김 부총리가 지난 8일 신세계그룹과 가진 간담회에서 “상반기 중으로 10만명 후반대의 고용 증가를 예상한다”고 자신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2월부터 지속된 10만명 안팎의 취업자 수 증가폭은 지난해 성적표와 대비된다. 지난해 취업자 수 증가폭은 월 단위로 23만∼46만명 수준이었다. 올해 상반기 누적 취업자 수 증가폭은 2009년 하반기 이후 최저치라는 달갑지 않은 기록도 세웠다.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은 일자리 지표와 다른 궤적을 그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적 수출액은 2975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2791억 달러) 대비 184억2000만 달러 증가했다. 반기 수출액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다. 다만 전문가들은 하반기나 내년 초에 반도체, 석유화학 경기가 꺾이면 수출도 나빠질 것으로 본다.

이미 수출과 일자리의 연결고리는 희미해졌다. ‘수출 증대→일자리 창출’이라는 공식이 먹히지 않는다는 것은 품목별 실적에서 드러난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 13개 가운데 반도체(42.9%)와 컴퓨터(38.6%), 석유제품(33.7%)의 수출액 증가가 유독 두드러진다. 반도체와 석유제품을 만드는 공장은 자동화된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다. 고용 기여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실적이 좋으면 그 효과를 고스란히 받는 하청업체도 적다. 제품이 잘 팔린다고 인력을 늘리거나 하청업체에서 신규 인력 수요가 발생하는 게 아니다.

이와 달리 고용 기여도가 높은 자동차, 선박 업종은 올 상반기 수출 실적이 처참하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각각 5.6%, 55.0%나 줄었다. 고용 창출력이 좋은 건설업과 중소 제조업의 뒷받침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고용창출 효과가 큰 건설업의 취업자 수는 지난 5월 4000명 증가에 머무르더니 지난달에도 1만명 증가에 그쳤다. 부동산 대책으로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정부의 지출 구조조정에 따라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공사까지 줄어든 게 영향을 미쳤다. 전체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 4월 6만8000명 감소로 돌아선 뒤 5월 7만9000명, 지난달 12만6000명으로 감소폭을 키우고 있다. 도매 및 소매업의 취업자 수는 지난달에 전년 동기 대비 3만1000명이나 감소했다. 최저임금 인상에다 소비 부진 여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탈출구가 안 보인다는 것이다. 제조업체들은 3분기 경기를 부정적으로 전망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200여개 제조업체를 조사한 3분기 제조업체 경기전망지수는 87에 그쳤다. 100을 기준으로 높으면 경기가 좋을 것으로, 낮으면 경기가 좋지 않을 것으로 본다는 의미다.

이런데도 정부는 ‘답 없는 분석’만 내놓는다. 통계청은 인구 증가 규모가 줄어든 것이 고용 둔화의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기재부 역시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 감소세가 확대되며 취업자 증가를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일자리를 늘리는 주체인 기업의 판단은 다르다. 산업계는 한국 경제의 체질 변화, 규제 혁신을 해법이라고 본다. 이종명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규제 혁파를 통한 성장동력 확충, 기업가 정신과 창업 활성화, 효과적인 저출산·고령화 대책 등 중장기적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김준엽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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