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아, 나를 잡아가라”… 소상공인들 ‘배수진’ 기사의 사진
소상공인연합회 회원들이 12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기자실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회는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업종별 차등화가 부결된데 반발해 내년도 최저임금 모라토리엄(불복종)을 결정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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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남동구에서 수년째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50대 점주 A씨는 최근 다리가 아파 찾은 병원에서 ‘퇴행성관절염’ 진단을 받았다. 아르바이트생 월급을 줄 엄두를 못 내 매일 18시간씩 하루도 쉬지 않고 혼자 일한 게 화근이었다.

30대 후반의 부부 B씨와 C씨는 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이를 갖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서 편의점을 하며 아르바이트생 없이 맞교대로 12시간씩 일하는 탓에 함께 있는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 압박에 시달리는 전국 7만여 편의점 대표들로 구성된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는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편의점 점주들이 아르바이트생보다 적은 돈을 받는 ‘무늬만 사장’”이라며 “우리도 살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나를 잡아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협회가 이날 제시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편의점 점주 수익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점주의 한 달 순수입은 평균 약 2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는 13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 특성상 수익에서 인건비로 나가는 돈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매출이 좋은 일부 점포를 제외한 대다수 편의점 점주들은 올해 최저시급 7530원을 월급으로 환산한 157만원도 안 되는 돈을 벌고 있는 것이다.

올해 최저임금이 16.4% 인상되면서 상당수 편의점 점주들은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지 않거나 심야에 영업하지 않는 방법 등을 통해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 최저임금 인상은 감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고통받는 자영업자들은 편의점 점주들만이 아니다.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근처 한식당 ‘왕벌집’ 사장 이근재(53)씨는 최근 식당 메뉴를 대폭 줄일 생각을 하고 있다. 만들기 어려운 요리는 빼고, 직접 요리해 서빙까지 할 수 있는 간편 안주 위주로 메뉴를 개편하려는 것이다. 식당에서 일하는 아주머니 두 명을 내보내는 대신 이씨가 직접 식당일을 하기 위해서다. 이씨는 “올해 오른 최저임금에 맞춘 인건비로 한 달에 600만원 이상을 쓴다”며 “하지만 정작 손에 쥐는 돈은 250만원”이라고 토로했다.

이씨 식당에서는 모두 5명이 일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방·홀을 지키는 아주머니와 설거지를 맡는 아주머니가 각각 1명, 주문이 밀리는 오후까지 서빙과 배달을 나가는 아주머니 1명 이렇게 총 3명이 정식 고용된 직원이다. 나머지 2명은 이씨 자신과 이씨 어머니다. 이씨는 하루 종일 식당을 지키고 이씨 어머니는 아침부터 점심까지 식당일을 거든다. 지난해까진 하루 5시간만 일하는 직원이 1명 더 있었지만 올해 최저임금이 큰 폭으로 뛰면서 이 역할을 없앴다.

최근 세운상가 주변 식당 주인들의 관심사는 무인 식당이다. 이씨는 “농촌부터 시작해 임금이 안 오른 곳이 없다보니 원재료 값도 많이 뛴 상황에서 높은 인건비까지 감당할 여력이 없다”며 “주변에서 ‘무인 식당이 우리의 미래’라고 말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손재호 오주환 기자 sayh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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