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래 칼럼] 팍스아메리카나의 몰락 빨라지나 기사의 사진
북한 비핵화 위해 누구보다 협력과 공조 절실한 중국을
되레 무역전쟁으로 압박하며 내모는 꼴이다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과도한 기술이전 요구,
지나친 정부보조금 지급 등이 더 문제인 것을…


중원의 패자를 겨루는 싸움이 끝내 벌어지고 말았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흔히 패자다툼은 2인자가 별러서 1인자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것인데 이번 겨루기는 1인자가 선제공격을 했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 얘기다.

2017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9조4000억 달러로 세계 1위다. 2위인 중국의 12조2000억 달러를 크게 웃돈다. 1인당 GDP 격차는 훨씬 심하다. 미국은 6만 달러에 가깝고 중국은 9000달러를 밑돈다. 중국이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떠올랐으나 미국을 넘어서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의 존재감에 안절부절못한다. 전후 세계경제의 틀을 마련해 팍스아메리카나(미국에 의한 평화)를 구가하던 미국이 아니다. 2차 대전의 원인이 됐던 폐쇄형 블록경제체제를 폐기하고 GATT·IMF·세계은행을 만들어 자유무역·국제통화·자본공급 체제(브레턴우즈 체제)를 구축했던 때의 미국과는 거리가 멀다.

전후 미국의 질서는 글로벌 스탠더드(세계표준)로 작동했다. 바로 팍스아메리카나의 시대다. 물론 1970년대 들어 브레턴우즈 체제는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만 그때마다 미국은 새롭게 대응했고, 전후 경제질서의 기본축인 자유무역과 차별 없는 자유경쟁체제는 유지됐다. 실제로 세계시장은 꾸준히 확대됐고 교역규모는 늘어났다.

패전국 일본과 독일의 재기는 미국의 시장과 자본 덕분이다. 한국의 압축성장 역시 그 수혜를 입었다. 중국이 오늘날 컴퓨터공학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배경에는 미국에 유학했던 수많은 중국 젊은이들에게 차별 없이 베푼 미국의 고등교육 서비스를 빼놓을 수 없다. 미국의 오만함을 조금 감안하더라도 그 모두는 미국의 세계사적인 기여요 업적이다.

그랬던 미국이 중국에, 아니 세계를 향해 무역역조를 탓하고 보호무역 조치를 남발한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문제해결을 위해 개도국까지 끌어들여 주요 20개국(G20)을 가동시킬 만큼 위상이 쇠락해진 건 사실이나 초초하게 2인자를 몰아세우는 건 그야말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패착(敗着)이다. 이로써 팍스아메리카나의 몰락은 좀 더 빨라질 것이다.

미국은 불안하다. 특히 매년 급증하는 대중 무역역조가 문제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수입은 5055억 달러로 이는 대중 수출 1300억 달러의 거의 4배다. 무역역조 규모는 3755억 달러, 10년 새 1171억 달러나 늘었다. 총무역적자의 47.2%가 대중 교역에서 생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부터 대중 무역역조 시정을 외쳐온 배경이다.

그렇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관세인상을 통한 보복조치를 택하리라고는 예상 못했다. 무역전쟁에는 그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음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고 무엇보다 자유무역은 전후 경제질서, 팍스아메리카나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전을 선포했고 이미 실행에 옮겼다.

가치보다 실리를 택한 트럼프의 전술은 당장은 효과를 볼 수 있겠지만 미국의 위상은 이전보다 훨씬 빠르게 추락할 것이다. 미·중 관세인상 경쟁은 중국이 먼저 수세에 몰리는 구조다. 미국은 500억 달러에 이르는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 25%를 적용하고 2000억 달러어치 수입품에 대해서도 10% 추가관세를 예고했다. 하지만 중국은 대미 수입액이 1300억 달러에 불과해 미국과 같은 규모로 대응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북핵 해결과 대중 무역역조 시정을 통해 안보와 경제 두 부문에서 유권자의 마음을 사려는 듯하다. 하지만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는 어렵다. 더구나 두 부문은 서로 상충되는 의제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누구보다 협력과 공조가 절실한 중국을 되레 압박하며 내모는 꼴이다.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미국 내 불만도 커질 수밖에 없다. 수입물가가 상승할 테고 교역 감소 및 경제 위축 등으로 일자리마저 줄어들 수 있어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중국이 꼬리를 내리는 척 무역역조 시정방안을 구체적으로 내놓는 이후의 사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 무역전쟁의 승리를 자랑하겠지만 상황은 더 왜곡될 수 있다.

중국이 몰고 온 위기감은 저가 공세의 무역역조 야기에만 있지 않다. 지식재산권 침해, 외국투자기업에 대한 과도한 기술이전 요구, 자국 기업에 대한 지나친 보조금 지급 등 공정한 교역질서 훼손이 더 문제다. 이러한 문제들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다면 세계는 팍스아메리카나의 종언과 더불어 중국의 불공정 교역관행에 휘둘리는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한국은 어찌할 텐가. 대외교역의 전략·전술 재구축이 시급하다.

대기자 jubi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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