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들은 왜 ‘주특기’ 놔두고 치킨집만 차릴까

창업 현실 역행하는 정책 엇박자가 원인

시니어들은 왜 ‘주특기’ 놔두고 치킨집만 차릴까 기사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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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하면 연상되는 이미지는 ‘혁신적 아이디어로 무장한 20·30대 젊은 사업가’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등 젊은 창업가의 화려한 성공신화가 눈길을 끌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 전반을 들여다보면 실상은 다르다. 성공한 창업가 대부분은 40세가 넘어 사업을 시작했다. 시니어 창업가들이 성공에 이르는 적합한 조건인 경험, 기술, 인맥을 갖췄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청년 창업에 쏠린 정부 정책에서 ‘청년’이라는 글자를 떼고 시니어 창업까지 아우르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니어 창업가의 잠재력은 각종 통계에서 드러난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가장 활발하게 창업하는 연령층은 40대와 50대다. 2016년 신생 창업기업 87만6414개 가운데 대표자 연령이 40대인 기업은 30.3%(26만5562개), 50대는 25.8%(22만5927개)에 이른다. 30대는 22.3%(19만5768개), 20대 이하는 6.6%(5만7953개)였다.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 역시 40대, 50대가 대표자인 기업이 30% 안팎을 기록해 20대 이하(16.2%)보다 월등히 높다.

한국에만 국한되는 현상도 아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피에르 아주래이 교수 등이 지난 3월 발표한 ‘연령과 고성장 기업가정신’ 논문을 보면 2007∼2014년 미국에서 1명 이상의 직원을 고용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창업가가 창업한 나이는 평균 41.9세였다. 성장률 상위 0.1%에 드는 고성장 스타트업 창업가의 경우 평균 45.0세였다. ‘창업의 요람’으로 불리는 실리콘밸리로 좁혀도 마찬가지다. 창업 나이는 평균 41.7세, 상위 0.1% 고성장 스타트업 창업가의 나이는 평균 44.3세였다.

아주래이 교수는 40대 이상 연령층에서 더 활발하게 창업을 하고 성공 가능성도 높은 이유로 ‘경험’이라는 자산에 주목했다. 시니어 창업가들은 직장생활 등을 통해 진출하려는 산업 분야의 특성, 시장의 흐름을 몸에 익힌다. 규제 등 각종 위험 요인에 대한 인식 수준도 높다. 직장생활 중 확보한 인맥 등은 창업 이후 판로 개척 때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그러나 한국의 창업 정책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청년 창업에 집중하면서 정작 시니어 창업 지원은 뒷전으로 밀렸다. 문재인정부는 그동안 창업 활성화를 위해 9개 대책을 내놓았다. 청년 창업기업에 5년간 법인·소득세 면제, 마포청년혁신타운 조성 등이 대표적이다. 시니어 창업가를 위한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다보니 시니어 창업가들은 프랜차이즈 창업(생계형 창업)으로 몰리고 있다. 2016년 기준으로 40대 이상 창업가 중 기술형 창업(제조업, 정보통신·전문과학, 사업서비스, 교육·보건 등) 비중은 20%에 불과하다. 대신 40%는 음식·숙박업, 개인서비스 등 생계형 창업을 택했다. 직장에서 나온 뒤 자신의 경험과 무관한 ‘치킨집 사장’ ‘커피숍 사장’ ‘빵집 사장’이 되는 것이다.

시장에선 시니어 창업가 지원이 절실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창업 정책을 청년일자리 대책의 하나로 보는 인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시니어 창업가들이 기술형 창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해 혁신성장 정책에 담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종=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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