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 빠진 초등생, “안보면 말 안 통해요” 기사의 사진
서울 마포구에 사는 A양(11)은 스마트폰을 켤 때마다 유튜브에 들어간다. 심심해서 들여다보던 유튜브 시청이 이젠 습관이 됐다. ‘공대생’ 같은 1인 방송부터 ‘진짜 사랑’이라는 모큐멘터리드라마(사실주의 기법을 활용해 만든 극영화)까지 구독하는 채널도 다양하다. 자기 전 연관 동영상을 눌러보다 1시간 넘게 시청한 적도 있다. A양은 “TV는 여럿이 함께 봐야 하는데 유튜브는 내 마음대로 볼 수 있어 편하다”며 “유튜브를 안 보면 친구들과 말이 안 통할 것 같다”고 했다.

B군(12·서울 영등포구)은 4개월째 게임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유튜브 코리아는 14세 미만은 가입을 제한하고 있지만 실명인증 절차는 따로 없다. B군은 온라인 게임을 하는 장면을 그대로 녹화하는 앱을 이용해 영상을 업로드한다. 20명 남짓한 구독자는 절반 이상이 학교 친구다. B군은 “반 애들이 거의 다 유튜브 계정을 갖고 있다”며 “영상을 올리면 친구들이 댓글을 남기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학교를 다니는 C양(11)은 유튜브에서 만난 네티즌과 종종 ‘반모방’을 즐긴다. ‘반말 모드 대화방’의 줄임말로 반말을 사용하며 친목을 쌓는 SNS 단체대화방이다. 유튜브 댓글로 나이와 성별을 밝히면 유튜버가 개설한 오픈채팅방에 초대된다. C양은 “반모방을 하는 사람은 대부분 또래”라며 “구독을 조건으로 반모방에 껴주는 유튜버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가 10대 초등학생의 일상을 장악하고 있다. 연세대 바른ICT연구소의 ‘2017 스마트폰 이용 행태 보고서’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비율(28.7%)보다 음악을 듣거나 동영상을 보기 위해 사용하는 비율(40.2%)이 더 높았다.

동영상 소비는 압도적으로 유튜브에서 이뤄진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이 지난 4월 한 달간 국내 앱별 사용시간을 조사한 결과 유튜브를 가장 많이 쓰는 세대는 10대였다. 10대는 카카오톡, 네이버, 페이스북 등 주요 5개 앱 사용시간을 합친 것보다 유튜브를 더 오래 사용했다. 김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은 15일 “초등학생에게 유튜브는 비공식적인 학습 공간이자 다양한 소통을 경험하는 곳”이라고 분석했다.

아이들이 유튜브에 매달릴수록 부모의 고민은 깊어진다. 특히 독립심이 커지는 초등학교 고학년의 학부모들은 “유튜브에서 무엇을 볼지 몰라 불안하다”고 하소연한다. 5학년 딸을 둔 김모(42·여)씨는 “‘웃음 참기’ 동영상이라고 해서 유머 영상인 줄 알았는데 엽기적인 장난과 성적인 농담을 모아 둔 콘텐츠였다”며 “보다 못해 유튜브 사용을 금지했다”고 말했다. 이모(44)씨도 “6학년 아들이 보는 게임 BJ(개인방송 진행자)가 아무렇지 않게 욕설을 해서 깜짝 놀랐다”며 “앱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청소년 요금제를 써도 소용없는 것 같다”고 했다.

유튜브는 초등학교 선생님들에게도 걱정거리다. 5학년 담임교사 정모(27)씨는 지난달 반 학생에게 “유튜브에서 자해 동영상을 봤다”는 말을 들었다. 이 학생은 친구들 앞에서 몸에 상처를 내는 흉내까지 냈다. 정씨는 “선생님들의 손이 닿는 건 학교 안에서뿐”이라며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대체 뭘 보는지 부모의 관심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에선 아예 미성년자의 스마트폰 소지를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지난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등록된 ‘초등학생 스마트폰 개통 금지’ 청원은 15일 현재 2700여명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아이들이 걸러지지 않은 영상물이나 이미지를 접해 잘못된 성(性)개념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며 "부모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디지털 세대'에게 디지털을 빼앗으면 문제가 해결될까. 전문가들은 "'무조건 안 된다'가 답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아미 부연구위원은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보는 습관을 들이면 게임 등 다른 콘텐츠에 대해서도 비판적 사고가 길러진다"며 "위험한 콘텐츠를 예로 들며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아이들 본인이 즐기는 콘텐츠 중심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영국 호주 핀란드 등에선 '이 BJ가 만든 콘텐츠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유튜브가 구동되는 건 어떤 원리일까' 등 다양한 각도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한다. 반면 한국은 '스마트폰 중독'에 대한 문제 인식은 있지만 아이들이 진짜 경험하는 미디어 교육은 뒤처진 상황이다.

정현선 경인교대 교수는 "'스마트폰'이나 '유튜브'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았을 뿐이지 미디어 교육의 뼈대는 이미 초등 교과과정에 들어 있다. 다만 정보를 찾는 과정이 학교 교육에서 생략돼 있었다"며 "아이들이 미디어 속에서 어떻게 길을 잃는지, 어떤 위험요소를 만났는지 경험을 나누고 토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가정에서 스마트폰으로 갈등을 겪는 경우에도 해결책이 아이 입에서 나오게 해야 한다"며 "해외 전문가들은 '결국 인내심과 대화밖에 답이 없다'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미디어 기업의 자정 노력도 중요하다. 김 부연구위원은 "영국은 미디어 기업과 교육자들이 모여 콘텐츠를 가려낼 옴부즈맨 기관을 제안했다"며 "상업주의 콘텐츠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사용자가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정부와 미디어 기업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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