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임목사 청빙 천태만상, ‘모셔온다’는 옛말… ‘설교 면접→채용’ 일반화`

교계, 청빙 둘러싸고 잇단 잡음 왜?

담임목사 청빙 천태만상, ‘모셔온다’는 옛말… ‘설교 면접→채용’ 일반화` 기사의 사진
<일러스트=이영은>
“목사님, 설교 면접은 이번 주일 11시30분입니다. 교인들이 설교를 듣고 싶어 해서요.”

최근 강원도 한 교회의 담임목사 청빙공고에 이력서를 제출한 A목사는 이런 제안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주일에 설교하러 가기 위해선 현재 사역하는 교회를 한 주 비워야 한다. 하지만 다른 교회 면접을 위해 주일설교까지 빠지는 건 A목사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백 번 양보해 설교하러 가도 소문이 급속도로 퍼질 게 뻔했다. 후폭풍을 감당할 자신이 없던 그는 ‘주일 설교 면접’을 포기했다.

담임목사 청빙을 둘러싸고 잡음이 많다. 청빙(請聘)은 ‘부탁하여 부른다’는 정중한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만 앞선 사례와 같은 문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A목사의 사례는 일반 기업들의 경력직 채용에서도 볼 수 없는 경우다. 다니던 회사의 업무 시간에 이직할 회사에 와서 업무 능력을 발휘해 보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안이 생명인 이직 과정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 교계에서는 드물지 않다.

최근 담임목사 청빙을 마친 B교회는 ‘바람직하지 않은’ 청빙 사례로 구설에 올랐다. 1년 가까이 청빙 과정을 진행한 이 교회는 담임목사 지원 서류를 제출한 목회자들의 면면이 번번이 공개됐다. 유출된 경로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공개될 때마다 해당 목회자가 사역하던 교회가 발칵 뒤집혔다.

자의든 타의든 B교회 후임 목사로 하마평에 올랐던 목사들은 평생 ‘교회를 떠나려 했다’는 꼬리표를 달고 살 수밖에 없다. 당사자에게는 무척 곤혹스러운 일이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억울해도 딱히 항변할 곳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청빙의 정신은 사라지고 채용만 남았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교계에선 청빙의 본래 정신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담임목사가 공석이 된 교회가 소속 노회에 청빙을 요청하면 노회는 교회와 협의해 후임 목사를 보내는 전통을 회복하라는 주문이다. 최근 감리교 목회자들 사이에서 연회가 교회에 담임목사를 파송하던 기능을 복구하라는 요구가 나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문제는 교세를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 있는 목회자’를 원하는 지역교회 현장과의 온도차가 커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한 목회자는 “주일 설교 면접은 그리 특별한 일도 아니다”면서 “채용이 일반화된 게 사실이고 노회나 연회의 권위가 회복되지 않는 한 청빙이나 파송의 정신을 회복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호주연합교회의 경우 청빙 정신을 살리기 위해 노회와 교회가 공동청빙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 김도영 호주 아들레이드 페이넘교회 목사는 “노회와 교회가 청빙위원회를 함께 구성한 뒤 3명의 후보자를 교회에 추천하면 교회는 비밀리에 인터뷰를 거쳐 담임목사를 낙점한다”면서 “청빙 과정이 완벽한 것은 아니어도 ‘목사의 기술’을 살펴보는 채용과는 분명 거리가 있다”고 전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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