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 존치? ‘오락가락 행정’에 뒤통수 맞은 서울 한광교회

철거? 존치? ‘오락가락 행정’에 뒤통수 맞은 서울 한광교회 기사의 사진
서울 한남대교 북단에서 올려다본 한광교회 전경. 인근 다세대주택에 둘러싸인 교회는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랜드마크 역할을 해 왔다. 강민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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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존치하게 해 달라는 성도들의 요청은 ‘메아리 없는 외침’이었습니다. 이슬람 사원, 천주교 성당이 존치된다는 얘기에도 재개발은 공공의 이익을 위하는 일이라 여기며 ‘순종한다’고 했습니다. 다만 교회 건물은 거룩하게 구별해 사용하던 곳이라 ‘다른 용도로의 활용 대신 부수어 달라’는 부탁을 남겼을 뿐입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안 된다고 합니다.”

서울 용산구 한광교회에서 지난 8일 만난 담임 차은일(55) 목사의 이야기는 절규에 가까웠다. 1957년 설립된 한광교회는 한남동 가장 높은 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인근 한남대교와 강변북로에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 ‘꼭대기 교회’로도 불린다.

교회가 시름하기 시작한 건 서울 시내 재개발구역 중 가장 큰 규모인 용산구 한남3구역 재정비 사업이 급물살을 타면서부터다. 문제는 오락가락하는 재정비 계획과 조합원의 요청을 묵살하는 당국의 태도였다. 차 목사는 “가장 전망 좋은 땅을 두고 예배공간을 옮겨야 하는 상황에서도 성도들이 지역사회를 위해 협조하고 순종했는데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처음엔 교회 측의 양보와 요청에 당국이 흔쾌히 응하는 듯했다. 2016년 9월 공고된 ‘한남지구 재정비 촉진계획 변경지침(안)’에 대해 교회가 ‘불가피하게 교회 이전 시 건축물을 철거해 달라’고 요청하자 용산구청 재정비사업과는 ‘입지적 특성을 고려해 교회를 이전하고 교회 건축물 철거 후 문화공원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에도 ‘교회 건물 철거’ 입장을 유지하며 ‘서울시 도시재정비위원회 심의 시 충분히 검토되도록 설명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지난해 6월 가진 재정비위원회에서 교회 건물을 존치하되 세부용도는 협의키로 했지만 1년 넘도록 협의 과정은 한 차례도 없었다.

차 목사는 “지난달 도시계획 시설 조성계획안을 다시 열람하는데 교회 건물을 존치하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돼 있었다”며 “조합원과 건축시설 당사자의 의견을 묵살한 채 서울시가 ‘갑질 행정’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4300여명의 조합원이 재건축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에서도 규탄이 이어졌다. A조합원은 “교회 건물이 건축사적 가치가 높은 편이 아닌 데다 존치 시 토지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는 데도 서울시가 ‘흔적 남기기’란 이름으로 보존하려다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3대째 한광교회를 섬겨 온 박의영(73) 장로는 “서울시가 교회 건물의 소유권을 갖고 사용하게 되면 각종 문화행사란 이름으로 비기독교적인 행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십자가 종탑이 잘려나간 교회 건물을 보는 것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주거사업과 관계자는 1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광교회 관련 건은 역사적 가치와 문화재성이 고려돼 지난해 6월부터 존치하는 것으로 공고된 걸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서울시에선 지난해 6월 재정비위원회 이후 줄곧 ‘교회 존치’를 원칙으로 해 왔다”면서 “지난 5월 용산구 도시계획시설 조성계획안 열람 공고 시 교회를 철거하는 것으로 잘못 반영돼 지난달 2차 열람 공고에서 존치하는 것으로 바로잡은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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