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조준모] 또 정치적으로 결정된 최저임금 기사의 사진
2010년 이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매년 최저임금을 두 자릿수로 인상한 국가는 대부분 국민소득 1만 달러대의 동유럽 체제 전환국들이다. 이들 중에는 신 포퓰리즘 독재국인 터키의 에르도안 정부, 헝가리의 오르반 정부 등이 있다. 최저임금 인상률이 높은 국가들은 대부분 최저임금 영향률도 높고 미만율도 높다. 즉 너무 급격하게 인상한 나머지 최저임금 보호라는 본연의 기능을 하지도 못하고 노동시장으로부터 침식당하는 모습이다. 반면 원조 OECD 선진국인 25개 국은 국민소득이 오를수록 고용 파괴를 우려해 인상에 신중을 기해 왔다. 국민소득 4만 달러 이상 국가의 인상률은 대개 5% 미만이었다. 그 해 경제성장률 보다 낮게 인상한 나라도 많았다. 2010년 이후 25개 선진국 중 최저임금을 두 자릿수로 올린 유일한 국가가 룩셈부르크(2016년, 매년 인상률 10%)다. 그런데 한국이 이를 단숨에 뒤집었다. 한국의 올해 인상률 16.4%가 1위가 됐고 2위는 한국의 내년 인상률 10.9%다.

최저임금은 생계비, 유사근로자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을 반영해야 하지만 일관된 기준을 갖고 공식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요인들의 진원인 경제성장률로 적정 인상 수준을 추론해 볼 수 있다. 2010년 이래 실질성장률 대비 최저임금인상률은 2.4배였다(타결 연도 기준, 금융위기 기저효과 연도 배제). 이러한 추세선 기준으로 내년 실질성장률 전망치 2.8∼2.9%를 감안하면 적정 인상률은 7% 안팎으로 추정할 수 있다. 올해 16.4%로 대폭 인상한 점을 감안해 내년도 인상률은 추세선 이하로 조정될 것이라는 속도조절 예상은 빗나갔고 도리어 3.9%나 상회한 것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유사 근로자의 임금 수준(3.8%), 산입범위 확대에 따른 감소 보전(1.0%), 소득분배 개선(4.9%), 대외 변수와 노사 의견(1.2%)을 합쳐 10.9%를 인상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산입범위 보전분은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의 일정 초과분을 산입해 연도별로 줄여나가도록 한 법 효력을 무력화시킨 점, 유사 근로자로의 임금 인상에는 전체 임금근로자 인상 전망치를 사용하면서 소득분배 개선분에는 임금근로자 임금 중위값이 아니라 정규직 전일제 근로자의 평균 임금을 사용한 점에서 일관성이 없다. 사측은 인상률 결정에 불참했는데 노사 의견은 또 무엇인지도 논리가 명확하지 않다. 10.9%를 미리 정하고 사후 알리바이 차원에서 공식을 정한 것은 아닌가? 또 지난해에 인상률을 16.4%로 정할 때 감안했던 요소들과 어떻게 다른가?

이렇게 최저임금이 모호하게 결정된 책임은 근원적으로 최저임금위가 아니라 3년 내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이라는 정치 공약에 있다. 애초부터 환자(국민 경제)의 병(고용 부진)의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수술(최저임금 인상) 여부를 과학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책임은 의사(정부)에게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이 결정됐을 때부터 3월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혹은 그에 준하는 조사를 복원하는 등 고용 동향을 세밀하게 분석해 반영하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했었다. 임금교섭처럼 끌다가 막판에 새벽 투표로 결정해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정부가 방치한 것이다.

그간 정부가 왜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 인상’의 등식에 매달렸는지도 의문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목전에 둔 우리나라에 걸맞지 않게, 후진국에서나 벌어지는 수준으로 인상하고는 그 후유증 막기에 급급했다. 급조된 일자리 안정기금과 노인 일자리 지원 같은 재정사업, 각종 보조금 사업들은 무리하게 인상한 최저임금의 고용 충격을 막기 위한 뒤처리 성격이다. 이제부터라도 고용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전문가들의 쓴소리에 귀를 열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은 향후 3년간 자제하고, 일자리 안정기금은 3년에 걸쳐 폐쇄하며, 저소득 가구의 실질소득을 지원하기 위한 근로장려세제(EITC)의 개선 및 확충 같은 복지제도를 국격에 걸맞도록 리모델링해야 한다. 진정한 약자를 위한 정책으로 소득주도성장 메뉴판을 교체하기 바란다.

조준모(성균관대 교수·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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