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의 인사이트] 황창규 KT회장은 무사할까 기사의 사진
포스코가 지난달 차기 회장에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을 내정했다는 기사를 보고 포스코 사외이사 중 한 명에게 ‘외풍을 물리치고 내부 출신 CEO를 뽑게 된 것을 축하한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랬더니 그분의 답이 이랬다. ‘포스코 사외이사쯤 되면 장모 입김에 휘둘릴 사람들은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연임에 성공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 발표와 차기 회장 인선 과정을 돌아보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초·중 동창인 김준식 전 포스코 사장이 포스코 차기 CEO로 유력했던 것 같다. 장 실장이 포스코 회장 인선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는 바른미래당의 주장이 얼토당토않은 얘기만은 아니었던 셈이다. 일개 기자에 불과한 나한테도 ‘청와대가 작업 중’이라며 칼럼에서 빼 달라는 민원이 전달됐을 정도니 말이다.

여당은 밀실 인사, 깜깜이 인사라며 CEO 후보군 명단을 공개하라고 압박했지만 결과적으로 포스코 사외이사들의 ‘통쾌한’ 승리였다. 권 회장을 지켜내지는 못했지만 차기 CEO 인선이 또다시 청와대 입김에 휘둘리는 것은 막아냈기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조각 때부터 시작된 장 실장의 오지랖은 최근에는 635조원의 국민 노후자금을 책임지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선에도 뻗쳐 논란을 빚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된 포스코와 KT CEO 교체의 흑역사를 이번에는 피해갈 수 있을까.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한 황창규 KT 회장이 중도 하차할 것인지가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듯하다. 7개월간 경찰 수사에도 황 회장은 꿋꿋이 버티는 중이다. 경찰은 황 회장 주변을 샅샅이 털었지만 전현직 국회의원들에 대한 KT의 쪼개기 후원금 외에는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마저도 검찰은 지난달 20일 보강수사를 하라며 황 회장과 전현직 임원 등 4명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황 회장 등은 2014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회사 자금으로 사들인 상품권을 되팔아 마련한 비자금 11억5000여만원 중 4억4190만원을 19, 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임직원 명의로 금액을 나눠 후원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지금도 일부 기업들은 임원 급여에 후원금을 지급하고 임원이 국회의원을 후원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경찰은 7개월 넘게 수사하고도 정작 돈을 받은 정치인이나 보좌진 등에 대한 조사는 전혀 하지 않았다. 검찰도 이 부분을 문제 삼았다. 정치자금법상 법인이나 단체는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경찰은 KT가 자금 출처를 감추기 위해 이러한 수법으로 후원금을 내고 국회에 로비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KT 측은 국회의원 후원이 황 회장 이전부터 관행적으로 이뤄져 왔고 황 회장은 관련 내용을 보고받은 적이 없다고 억울해한다.

일련의 과정은 박근혜정부 초기 이석채 KT 전 회장이 물러난 수순과 판박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KT 회장에 선임돼 연임한 이 전 회장은 당시 정권이 바뀌었으니 사퇴하라는 압력에 맞서다 6개월 동안 검찰 수사를 받고 100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4년여 만인 지난 4월 26일 파기환송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하명(下命) 수사의 예고된 결말이었다. 남중수 KT 전 사장도 이명박정부 초기인 2008년 11월 연임 8개월 만에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되며 사임했다.

KT와 포스코 CEO 자리가 정권마다 전리품처럼 이용되는 것은 민영화된 지 십수년이 지났어도 주인 없는 회사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여기에 20억원이 넘는 고액 연봉이 구미를 당겼을 터. KT 회장 자리도 참여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유영환, 진대제, 정동채씨 등이 욕심을 낸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모두 10년 전 ‘올드보이’들이다.

인도 현지 공장 준공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처음 만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90도 폴더 인사가 화제가 될 정도로 대기업에 서슬 퍼런, 공정과 정의를 앞세운 현 정부에서도 낙하산 인사 구태는 여전하니 참 아이러니하다.

종교국 부국장 mh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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