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이장원] 자영업 구조조정 펀드 필요하다 기사의 사진
자영업자는 왜 이리 많은 것인가. 최저임금 인상 결정이 바로 자영업자들 생존 문제로 비화돼 온 나라를 긴장과 갈등으로 내몰고 있다. 소상공인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자영업자들이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최저임금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이니 차라리 나를 잡아가라고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한다. 사장과 범법자의 사이를 아슬아슬 걷고 있는 자영업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2016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는 자영업자가 다섯 번째로 많은 나라다. 자영업의 일자리 비중은 선진국에 비해 10% 포인트 높은 25% 정도다. 결국 200만∼300만명의 자영업자를 우리가 더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자영업자 중 가장 많은 것이 개인이나 가족이 경영하는 소규모 식당이고 그다음이 치킨집, 편의점, 빵집 등의 프랜차이즈 업종이다. 그런데 독립적인 식당을 제외하고 많은 자영업자들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이 가진 프랜차이즈 형태에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 특히 우리의 자영업이 갖고 있는 특징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이전 직장에서 중도 또는 정년퇴직을 하고 퇴직금을 털어 자영업에 뛰어든 경우다. 그래서 여기서 실패한다는 것은 결국 미래에도 불행할 가능성이 아주 높기에 사실 벼랑 끝이라고 볼 수 있다. 사회안전망이라 할 수 있는 연금과 기초 사회수당이 부족하니 임금소득자로서의 삶이 유지되지 못하면 결국 자영업을 택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최저임금을 받는 노동자나 이를 줘야 하는 영세 사업주 모두 사회안전망이 튼튼하다면 이렇게 격렬하게 다투지는 않을 것이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한다는 것은 결국 조세와 재정을 통한 사회적 재분배를 강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의 조세부담률은 19% 정도다. OECD 국가 평균은 26%이고 선진국은 대부분 30% 이상이다. 선진국보다 조세부담률이 10% 포인트 낮은 것과 자영업자가 10% 포인트 많은 것은 결국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다. 조세 저항과 최저임금 저항 간에 전자가 많은 중산층 이상 국민을 불편하게 한다면 후자는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 간의 갈등 이른바 을(乙) 간의 갈등을 첨예화시킨다는 점이 다르지만 결국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전자의 길을 따른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차고 넘치는 자영업자 수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산업 구조조정이다. 우선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투자자금의 일부를 장기에 걸쳐 회수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이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와의 부당거래 관계에서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잘나가던 큰 기업들이 속절없이 쓰러지지 않도록 막대한 구조조정 기금을 지원해 주고 경제를 살린 IMF 경제위기 때에 버금가는 규모로 자영업 구조조정 펀드를 사회적으로 마련해 줘야 한다.

자영업자들을 다시 임금노동자로 돌려보내야 한다는 것은 장기적인 정책으로 후속 세대에서나 고려해야 한다. 당장 그 방식을 택한다면 가뜩이나 많은 저임금계층을 더 늘리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노동력 공급이 많아지면 임금은 올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자영업자들에게 최저임금 인상분의 일부를 지원해 주는 일자리 안정자금도 결국 영세한 사용자들의 수를 줄이지 못하고 저임금에 의존하는 사장으로만 남게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영업 문제 해결을 위해선 자영업자들의 실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에 소상공인연합회와 회원들의 성난 표정을 보았다. 단지 일회적이거나 의례적인 반발로 그칠 것이 아니라 시장의 경제정의 차원에서 스스로 살길을 당당히 요구하는 강력한 단체로 발전하길 바란다. 정부도 그렇게 갈 수 있도록 지원해 줘야 한다. 최저임금 투쟁에만 너무 과도한 힘을 쏟기보다는 전면적인 자영업 제도 혁신에 힘을 나눠 쓸 필요가 있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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