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명호] 김병준 체제 기사의 사진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제 싸울 일만 남았다. 곪은 걸 들어내고 정상으로 만들어 놓는 게 임무이니 그렇다. 주변의 말을 종합해보면 그는 진작부터 제의가 온다면 비대위원장을 맡을 생각이 있었다. 그를 이전에 만나 본 사람들은 그의 머릿속엔 망가진 보수 정당이 해야 할 일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한다. 어쩌면 탄핵 전 박근혜 대통령이 그를 총리로 지명했을 때부터 보수 정치의 재건 또는 사이비 보수 쇄신이라는 명제가 마음속에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말하자면 비대위원장을 준비하고 있었다고나 할까. 비대위원장이 된다면 그가 우선해야 할 일 중 하나가 당협위원장 교체였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자리를 맡자마자 첫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공천권 관련한 어떤 권한도 받을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당협위원장 교체 권한은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실 정치권 안팎에서는 공천권 없는 비대위원장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느냐는 전망이 적지 않다. 여야의 박근혜·김종인 비대위원장이 그 당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도 공천권을 휘둘렀기 때문에 가능했다. 보수의 가치를 새로 세우고, 망가진 보수 정치를 살려내겠다는 거대 담론과 명분도 결국 사람이 바뀌어야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이번에 당협위원장을 바꾸겠다는 건 현실적으로 공천에서 배제하겠다는 것이니, 인적 청산을 하겠다는 거다. 이 작업에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각자 이해관계가 달라 격한 당내 권력투쟁이 시작된다.

김병준은 그 과정에서 미국의 오픈 프라이머리처럼 공천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변경하려는 듯하다. 보수 정치를 이 지경으로 만든 게 친이 친박의 ‘공천 학살’이었음은 결과로써 증명됐다. 그런데 이미 기득권을 갖고 있는 의원들이 찬성할 확률은 작다. 그러니 싸울 일만 남은 거다. 당내 세력도 거의 없다. 게다가 당 밖에선 친노, 친문 세력이 이를 갈고 있다. 보수 진영 내 흥미진진한 싸움이 시작될 것 같다. 보수 정치 재건에 도움 되는 당당한 싸움을 봤으면 좋겠다.

김명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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