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이성규] 경제검찰과 진짜 검찰 기사의 사진
공정거래위원회 공무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는 ‘경제검찰’이다. 강제조사권도 없이 매년 감사원으로부터 조사를 잘했나 못했나 평가를 받는 마당에 우리가 무슨 검찰이냐는 반응이다. 실제 사회적 위상 등 모든 면에서 공정위는 검찰과 비교대상이 안 된다. 검사만 2000명인 검찰에 비해 공정위는 전 직원을 합쳐야 600명뿐이다.

최근 ‘진짜’ 검찰이 경제검찰의 비리를 파헤치고 있다. 검찰은 이미 공정위 출신들이 대기업에 고문 등으로 재취업하는 데 공정위 인사라인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은 이 행위와 공정위의 ‘대기업 봐주기’ 간 연관성에 주목하고 있다. 취업을 알선해주고 그 대가로 공정위가 해당 기업에 대한 처벌을 면제해주거나 약하게 했다는 의심을 하는 것이다.

검찰의 의심은 합리적이지만 현실에 비춰보면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검찰 논리대로 퇴직자 취업 알선행위와 대기업 봐주기가 연결되려면 공정위는 검사동일체 원칙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이어야 한다. 검찰은 모든 검사들이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명하복 시스템에 따라 한 몸처럼 움직인다.

이런 검찰과 비교한다면 공정위는 당나라 군대(?)에 가깝다. 공정위 사건들은 몇몇 중요 사건을 제외하고는 비고시 출신 조사관들이 개별 사건을 각자 책임지는 시스템 아래 처리된다. 상급자가 개입하기 힘든 구조다. 그래서 공정위는 실무자 때까지는 일하기 편하지만 국·과장이 돼서는 직원을 지휘통솔하기가 쉽지 않은 부처로 알려져 있다. 검찰이 공정위가 조직적으로 봐주기를 했다는 의심 아래 조사 중인 대기업 공시위반 사건은 대부분 조사관들이 전결처리하고 있다.

그렇다고 검찰의 의심이 아주 생뚱맞지는 않다. 공정위는 위원장을 포함한 5명의 상임위원과 4명의 외부 비상임위원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1심 법원 역할을 하고 있다. 대기업 봐주기 행위가 일어났다면 조사 과정보다는 심판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 검찰이 지난달 공정위 압수수색의 배경으로 밝힌 부영 봐주기 의혹 사건은 심판 과정에서 벌어졌다. 공정위 소위원회는 지난해 7월 부영 이중근 회장의 관련 법인 허위자료 제출 혐의를 확인하고도 이 회장만 고발했다. 소위원회는 올 3월에야 뒤늦게 법인을 고발했다.

효성 봐주기 의혹도 비슷하다. 검찰은 공정위 소위원회가 2013년 효성 조석래 명예회장이 차명주식 보유혐의를 확인하고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은 데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기업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재벌 ‘오너’의 고발 여부를 결정할 최종 권한은 위원회에 있다. 이를 감안하면 로비 의혹의 핵심은 공정위 내부보다는 변호인과 재판관 사이 유착 여부에 있다. 실제 두 사건 모두 공정위와 이런저런 인연을 가진 변호사들이 등장한다.

시기적으로도 봐도 검찰은 제 무덤을 팠다. 검찰 수사는 전속고발권 폐지 문제로 검찰과 공정위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달 시작됐다. 하지만 이미 지난해 초 국정농단 특검 수사 과정에서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은 공정위 인사라인이 퇴직자 취업에 관여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또 공정위에는 검찰 파견검사가 2명이나 된다. 검찰이 그동안 이런 관행을 몰랐을 리 없다. 지난 9일 이낙연 국무총리는 소비자정책위원회 회의 직전 두 기관의 갈등과 검찰 수사 내용을 전해들은 뒤 “검찰이 아직도 그런 식으로 하나요?”라고 반문했다고 한다. 이 총리조차 색안경을 끼고 볼 만큼 검찰 수사는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맨 꼴이다.

공정위 역시 잘한 것은 없다. A과장은 B기업으로, C과장은 D기업으로 할당해 이를 기업에 통보하는 행위는 경제민주화 주무부처인 공정위가 할 일은 아니었다.

전속고발권 폐지를 둘러싼 두 기관의 갈등의 답은 오히려 다른 데 있을 수 있다. 만약 공정위의 1심 기능이 독립적으로 분리돼 누가 보기에도 정당성이 인정됐다면 검찰의 기업 봐주기 의혹 수사 논리는 성립될 수 없었을 것이다. 곧 확정될 정부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공정위 심판의 독립성 강화가 필요한 이유다.

이성규 경제부 차장 zhibago@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