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홍 칼럼] ‘국회의 계절’을 위해 기사의 사진
문재인정부 집권 1년차는 청와대의 계절이지만
2년차는 국회의 계절이라고 강조한 문희상 국회의장
여전히 국정 주도하려는 청와대 설득이 관건


제20대 국회 후반기 입법부 수장이 된 문희상 국회의장의 취임 일성은 ‘협치’다. “후반기 국회 2년은 첫째도 협치, 둘째도 협치, 셋째도 협치”라고 강조했다. 대결정치의 폐해를 생생하게 경험하고 있는 터라 협치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문 의장이 다짐한 ‘일 잘하는 실력 국회’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하는 국회’도 협치 없이는 불가능하다. 협치가 잘 돼야 정치의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고, 그래야 우리나라의 미래가 보다 밝아질 수 있다는 건 당연지사다. 그런데, 협치라는 게 말은 쉬운데 제대로 작동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 우리 정치사의 교훈이다. 2016년 총선을 통해 다당제 국회가 출범한 직후만 해도 여야는 ‘독주하지 말고 협치하라는 게 민심’이라며 몸을 낮췄지만 지난 2년 간 다당제에 어울리는 협치의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여야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걸핏하면 싸움질을 해댔다. 양당제 때와 달라진 게 별로 없다. 그래도 입법부 수장이라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명제가 협치다. 문 의장이 오랜 정치 경험에서 체득한 지혜를 쏟아부어 협치의 모델을 확립하기 바란다.

그의 당선인사 가운데 ‘협치’보다 더 눈길을 끈 단어는 ‘국회의 계절’이다. 그는 문재인정부 출범 1년차는 ‘청와대의 계절’이었지만 국정이 선순환하려면 2년차부터는 ‘국회의 계절’이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국정운영의 중심추가 청와대에서 국회로 옮겨져야 한다는 뜻이다. 구체적으로 언급하면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재벌개혁, 검찰개혁, 사법개혁, 사회개혁의 완성은 국회 입법을 통해야만 가능하며, 따라서 이제부터는 청와대보다 국회가 전면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여야 할 때라는 얘기다. 청와대를 향해 대놓고 뒤로 빠지라고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지금부터는 뒤로 빠지라는 메시지와 다름없다.

이 대목에서 청와대 주도의 정국운영이 더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그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문재인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을 통해 이런 주장을 편 적이 있다. “문재인정부 첫 1년의 방점이 적폐청산에 있다면, 2년차에는 적폐청산의 제도화에 초점을 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적폐청산이 인적청산으로 비쳐질 수 있고, 그것에 급급하면 국민의 피로감이 누적돼 개혁동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적폐청산의 법적 제도화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과감한 협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문재인정부 출범 100일 즈음한 시점에 이뤄진 인터뷰에서는 보다 노골적으로 표현했다. “청와대가 다 하려고 하면 오만에 빠지게 된다. 청와대 세월에서 국회 세월로 국면 전환을 꾀해야 할 때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로 뽑혀 나온 헌법기관이다. ‘국민 우선’으로 가겠다는 건 국회를 무시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청와대가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도 이미 내놨다. 청와대의 계절에서 국회의 계절로 넘어가 개혁입법과 민생입법을 제대로 추진하려면 ‘청와대가 진정성 있게 국회, 원내교섭단체,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을 국정파트너로 생각하고 설득해야 한다’(블로그)는 것이다. 또 ‘국민과 국회를 대등하게 보고, 국회를 귀하게 여겨야 한다’(인터뷰), ‘정부·여당이 2년차에도 야당 탓을 해선 안 된다’(당선인사)는 것이다.

문 의장 판단에 동의한다. 하지만 문제는 청와대다. 문 의장이 원하는 대로 국회의 계절을 꽃피우려면 청와대가 뒤로 빠져줘야 하는데, 과연 이른 시간 내에 가능할까라는 점이다. 청와대가 진정성을 갖고 야당 설득에 나설지도 의문이다. 내각에 맡겨놔도 될 만한 사안들조차 대통령이 일일이 지시하거나, 정책의 수립 및 집행에 있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보다 코드가 맞는 비서실 참모들 의견을 중시하는 점 등이 근거다. 청와대 권한을 줄이려는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문 의장은 각종 채널을 동원해 청와대에 지금까지와 달리 국회와 함께 가야 한다고, 여야 협치에 앞서 청와대가 먼저 협치의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전달할 것이다. 국회의 계절을 활짝 열기 위해선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일이다. 청와대가 빨리 참모정치·대중정치 행태에서 벗어나 문 의장에게 힘을 실어주길 기대한다. 대통령 지지율이 하향 추세를 보이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아울러 국회의 계절을 앞당기려면 국회 스스로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요즘 논란의 대상이 된 국회 특수활동비에 대해선 조속히 폐지하거나 대폭 감액하는 게 옳다. 또 국회의원에게도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는 등 국회의원들이 향유하고 있는 특권 내려놓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진홍 편집인 jh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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