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이진우] 소득 없는 소득주도성장 기사의 사진
약자 배려 최저임금제도를 성장정책으로 오인한 정부
독일 최저임금 연구 결과도 소득증대 효과는 제로였다
결국 필요한 건 성장인데 정책은 길을 잃은 상황
이제라도 잘못 인정하고 시장서 방향 찾아야


모든 경제정책의 최대 적은 시장이다. 경제정책의 이념적 방향이 아무리 옳고 바람직하더라도 시장에서 통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실패한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10.9% 인상한 시간당 8350원으로 결정한 것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문재인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시장이 반란하는 것처럼 보인다. 최저임금의 빠른 인상이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을 높여 인간다운 삶을 보장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목표는 옳다. 적어도 반박의 여지는 작다. 그러나 최저임금 인상이 동시에 가계소득을 높여 내수를 살리고 경제를 성장시켜서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가져온다는 정책적 수단은 틀렸다. 시장이 그렇게 말한다.

이 정부의 반대세력이 주목하고 또 지지자조차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이 바로 경제다. 그동안 남북의 화해무드와 보수정권의 부정과 비리를 파헤치는 적폐청산으로 가려졌던 경제문제가 최저임금 논란으로 민낯을 드러내는 형국이다. 우리는 이 정부의 경제정책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사회를 실현하려면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으려면 소득이 증대돼야 한다. 이런 목적으로 본래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되는 임금에 국가가 개입, 최소한의 기준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 1988년 도입돼 시행되고 있는 최저임금제도다. 간단히 말해 최저임금은 시장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적 복지정책이다.

문제는 이 정부가 복지정책을 성장정책으로 오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로자의 가처분 소득이 증대하면 내수 수요가 증가하고, 수요가 증가하면 생산자들이 생산 확대를 위해 투자를 더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늘어나고 경제가 성장한다는 소득주도 성장론이 그것이다. 소득이 성장의 결실이 아니라 성장이 소득 증대의 효과라는 이 신화적 이론의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최저임금 인상은 과연 경제 일반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가? 최저임금제도를 우리보다 늦게 2015년 도입한 독일의 사례를 분석한 연구 결과는 대단히 시사적이다. 독일의 대표적 시사전문지 ‘슈피겔’의 보도에 의하면 최저임금제도가 하위층 근로자의 소득을 증대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소득주도 성장론자의 입가에 웃음이 번지기도 전에 반전이 있다. 단, 일자리가 증대하고 실업률이 감소하는 독일의 경제적 호황 때문이지 최저임금제도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지 않으면 최저임금 인상이 경제성장은커녕 노동자의 소득 증가로도 이어지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 소득주도성장의 소득이 없다. 첫째,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 증대를 가져오지 않는다. 독일의 경우 최저임금으로 인한 소득 상승분은 근로시간 축소로 상쇄되기 때문에 소득 증대에 대한 최저임금의 효과는 결국 제로라고 한다. 열악한 자영업자가 23.9%에 달하고 최저임금 대상 근로자가 25%인 우리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인건비 절감을 위한 인원 감축, 근로시간 축소 등으로 실질소득이 증대할 가능성은 없다. 올해 1분기 하위 20% 1분위의 명목소득이 마이너스 8%로 역대 최대폭으로 줄었다는 것은 이를 반증한다.

둘째,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률 향상에 기여하지 않는다. 소득 증대가 경제성장으로 이어지려면 양질의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 독일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근로자 소득이 증대하더라도 고용률은 증가하지 않는다. 우리나라 고용지표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15∼29세 청년 고용률은 42.7%에 그치며, 청년 실업률은 10.5%에 달한다. 청년 체감실업률은 4명에 1명꼴인 23.3%다. 소득주도성장은 시장을 모르는 진보세력이 만들어낸 신화일 뿐이다.

셋째, 독일의 연구가 분명히 말해주듯 성장 없이는 소득 증대도 없다. 문제는 어떻게 경제를 성장시킬 것인지 확실한 방향과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의 경제정책은 셋으로 나뉘어 중심이 없다.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한 ‘혁신성장’은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의 중간에 갇혀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이 거세자 대기업 갑질을 조사하겠다고 하는 것처럼 경제정책이 실패할 때마다 적폐청산의 무기를 꺼내 든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이념은 스스로를 조롱거리로 만든다는 마르크스의 말이 생각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이 정권이 성공하려면 지금이라도 시장에서 방향을 찾아야 한다. 잘못된 것은 인정하고 고치는 게 진정한 적폐청산이다.

이진우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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