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나이 수업’] 새로운 것들과 하루빨리 친해지길…

[100세 시대 ‘나이 수업’] 새로운 것들과 하루빨리 친해지길… 기사의 사진
<일러스트=이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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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하루 일과를 마친 후 거의 매일 밤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노는 둥 마는 둥 즐기는 일이 하나 있는데, 바로 TV 드라마 시청이다. 두 딸도 TV 드라마를 아예 안 보는 것은 아니어서 아주 가끔은 모녀가 마주 앉아, 옆에서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힐끗 돌아보는 남편의 눈길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드라마 주인공의 운명에 대해 심각하게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그런데 50대 후반 엄마와 20대 딸 사이에서 도드라지는 한 가지 큰 차이는 드라마에 대한 시각 차이가 아닌 ‘본방사수’에 관한 것이다. 본방사수는 본방송을 반드시 챙겨서 본다는 뜻인데, 말 그대로 나는 드라마 방영 시간을 기억해 TV로 본방송을 챙겨보지만, 아이들은 방송 시간과는 무관하게 자기들 편할 때 스마트폰으로 자유롭게 본다. 그러니 예전에 전 국민에게 인기 있는 드라마가 방송되는 시간이면 시내에 택시가 눈에 띄지 않고 가정 내 수돗물 사용량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가 까마득한 전설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눈을 뜨고 나면 새로운 것들, 새로운 일들이 세상에 나타나다 보니 이러다가는 평생 새로운 거 익히며 배우다가 끝나겠다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다른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시행해 왔다고 하는데, 요즘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음식물쓰레기 개별 종량제’라고 해서 음식물쓰레기 계량 장비를 설치하고 각 가정이 카드를 사용해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면 전자저울이 분량을 자동으로 계량해 각자 버린 만큼 수수료를 내는 시스템 도입을 앞두고 있다. 지금은 시범기간으로 모두가 종량기의 버튼 사용 순서를 익히는 중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어르신이, 가뜩이나 분리수거도 복잡한데 이번에는 무슨 카드에 기계에 눈도 침침해서 힘들고 나이 든 사람만 자꾸 살기 어려워진다며 하소연을 하신다. 금방 익숙해질 거라는 말이 별 위로가 되진 않았겠지만 어쩌랴, 살면서 우리에게 요구되고 필요한 것들을 지키고 실천하려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몇 년 전, 아니 바로 며칠 전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못 했던 일들이 실제로 생활 속에서 일어나고 어느 틈엔가 그것을 활용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본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등 전자제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고 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새로운 제품이 나오고 듣도 보도 못하던 일들이 일어나니 문화적인 충격이 이어진다. 아무리 세상이 바뀌어도 굳건하게 모르쇠로 살아가겠다면 할 수 없지만, 따라가기에 버겁더라도 적응하고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나름의 용도에 맞춰 즐겁게 활용하면 생활이 좀 더 편리하고 풍성해질 수 있다.

띠동갑 선후배 간의 계모임도, 평균 나이 65세인 상담실 동료 선생님들과도 이제는 스마트폰 단체 대화방에서 모든 일이 이루어진다. 일상적인 수다에 공지사항 전달은 물론이고 모임 일시 정하는 일도 대화방의 투표 기능을 이용해 손가락 터치 한 번으로 어렵지 않게 해결한다. ‘음식물쓰레기 개별 종량제’ 또한 이미 결정된 일이니 적극적으로 배우는 수밖에 없겠다.

평생 모르고 살 거나 사용하지 않고 살 거라면 모를까, 시간이 흐른 뒤에 어차피 사용하게 될 거라면 하루라도 빨리 시작하는 게 유익하다. 조금이라도 빨리 익히면 몸에 익어 그만큼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앞으로 활용할 시간도 길어진다. 여기서도 역시 불평이나 불만보다는 긍정의 마음이 힘을 발휘한다. “이제 나는 깨닫는다. 기쁘게 사는 것, 살면서 좋은 일을 하는 것, 사람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것이 무엇이랴!”(새번역, 전도서 3:12)

▒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고 익숙해지려면

하나, 배우고 익히는 과정의 불편을 감수하자

몇몇 특별한 사람을 빼고 새로운 기계 앞에서 당황하는 것은 다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모르겠고 돌아서면 잊어버리니, 불편해도 이대로 그냥 살겠다고 거절하거나 포기하기 일쑤이다. 배우고 익히는 시간은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따라 차이가 나게 마련이지만, 처음부터 아예 사용하지 않겠다고 피하고 거부하는 것은 노화(老化)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때로 나보다 나이 많은 분들이 도전하는 모습을 보며 분발하는 것처럼 어쩌면 지금 무언가를 배우려고 쩔쩔매며 애쓰는 나를 보며 힘을 내는 인생 후배가 저쪽에 있을지도 모른다.

둘, 모르면 물어보라

불치하문(不恥下問), 나이가 어리거나 나보다 못한 사람에게 모르는 것을 묻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설명을 들어도 금세 잊어버리니 가뜩이나 바쁜 아이들이 귀찮아하고 혹시 짜증이라도 내면, 속에서 서운함과 역정이 솟아난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가 없으니 배우려면 그 정도 마음고생이야 감수해야 한다. 가족끼리 가르치고 배우는 게 가장 어렵다고 하니 눈을 밖으로 돌려보자. 의외로 주위에는 배울 곳이 차고 넘쳐난다. 복지관의 컴퓨터교실이나 휴대전화 활용 교육의 접수가 순식간에 마감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가족보다는 남한테 배우는 게 편한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누구에게든지 모르는 것을 물어보는 것은 결코 흉이 아니다.

셋, 새로운 세상에도 예절은 있다

처음 시작할 때의 어려움과 막막함이 지나가고 조금씩 익숙해지면 재미가 붙어서 활용하고 싶어진다. 가장 흔히 보는 게 좋은 글귀나 그림을 무작위로 전송하거나 단체 대화방에 자기가 중요하다고 여기는 정보만 막무가내로 올리는 일이다. 가상공간에서도 지켜야 할 예절이 있다. 새로운 세상 역시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어른으로서 예의를 지키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솔선수범이 필요하다.

유경 어르신사랑연구모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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