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차은영] 하반기 경제정책 재고하라 기사의 사진
지난 18일 정부가 내놓은 ‘하반기 이후 경제여건 및 정책방향’에 의하면 소득, 소비, 투자, 고용 등의 주요 거시경제지표에 대한 전망이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경제성장률 목표치가 3.0%에서 2.9%로, 민간소비증가율이 2.8%에서 2.7%로, 설비투자증가율이 3.3%에서 1.5%로, 건설투자증가율이 0.8%에서 -0.1%로 감소했다. 수출증가율이 10.1%에서 5.3%, 취업자 수 증가는 32만명에서 18만명, 고용률도 67.3%에서 66.9%로 하향 조정됐다. 특히 작년과 비교하면 설비투자증가율이 10분의 1, 수출증가율이 3분의 1, 취업자 수 증가 목표치가 반 토막 났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못해 충격적이다.

정부는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8%로 예측하고 있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 신흥국 리스크를 비롯한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올 하반기 2.9%와 내년 2.8%를 달성하는 것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정책 방향은 여전히 세금을 써서 해결하려는 임시변통이 주를 이루고, 시장의 역공을 받는 정책들에 대한 과감한 재고가 없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고 경기 침체를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하다.

최저임금 인상과 일자리 창출을 통한 소득주도성장 메커니즘은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트 케인지안들의 일부가 주장한 임금주도성장론의 범주에 속하는 소득주도성장론은 외국에서 이미 실패한 정책이다. 이론적으로 그럴듯하다고 국민을 상대로 경제 실험을 하는 일은 멈춰야 한다. 가격이 상승할 때 수요가 늘어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굳이 경제학을 배우지 않은 사람에게도 자명한 일이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서 동시에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은 양립할 수 없는 시장원리다.

임금은 생산성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강성 노조나 표를 의식한 정치적 태도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최저임금을 2년 동안 30% 가까이 인상했다. 미국의 주요 도시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해 온 진보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 교수조차 한국의 최저임금인상률은 낮은 생산성에 비해 높다고 언급한 바 있을 정도다.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의 양과 질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비용 압박에 시달리던 소규모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은 고용을 감소시키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이 3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전격적으로 7월 1일부터 시행되었다. 300인이 넘는 사업장들은 300인 이하로 맞추느라 전전긍긍했고 유예기간 동안 고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자동화와 기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주 52시간 근무로는 기업을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근로시간을 줄이면 근로자들의 삶의 질이 개선될 것인가. 소비할 여력이 담보된다면 여가시간 증가가 반갑겠지만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소비할 시간만 증가하는 것은 오히려 생활이 피폐해지고 다른 부작용까지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정책 실패를 인정하고 유연한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 이념에 함몰돼 현실을 도외시한 우기기 정책은 역풍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진정한 반성은 모든 실패를 대기업 탓이나 인구감소 탓이라는 변명을 멈추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고령화 정점에 있는 일본의 고용 활황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시장 개입을 줄이는 정책으로의 변화가 없다면 장기적으로 현재의 생활 수준도 유지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민간 부문의 절박함을 정부도 공유해야 한다. 무분별한 복지정책을 자제하고 기업들이 경쟁력을 회복,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규제개혁을 과감히 지원해야 한다. 시장이 아니고는 지속 가능한 고용과 소득이 불가능함을 우리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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