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에서] 7말8초 아닌 연중휴가를 위하여 기사의 사진
어느 해 여름휴가철 영동고속도로로 들어섰는데 차들이 그냥 서 있었다. 강원도로 가는 고속도로는 영동고속도로 하나밖에 없던 때였다. 고속도로는 거대한 주차장처럼 차들로 꽉 차 있었고 사람들은 아예 차 밖으로 나와 도로변에 앉아 있거나 서성거렸다. 꿈쩍도 않는 차 안에서 두 시간가량이 지났다. 차를 갓길에 세워놓고 국도를 따라 한참을 걸어가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한 뒤 돌아왔는데도 사정은 그대로였다. 한숨 자고 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날이 어두워지자 차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초 예정시간보다 10시간 정도 늦게 목적지에 도착했다.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다.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휴가가 7월 말∼8월 초에 집중되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여름휴가철 교통 수요를 분석한 결과 7월 말∼8월 초에 전체 휴가객의 40.8%가 집중됐다. 평상시에 비해 이동 인원이 47.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 기간에 하루 평균 483만명, 누적 인원 9180만명이 이동해 평상시보다 27.6% 증가했다. 휴가지로 출발하는 차량은 8월 3∼4일, 휴가지에서 돌아오는 귀경차량은 5일이 가장 많았다.

이렇게 휴가가 집중되는 주된 이유는 회사의 권유(45.5%)와 자녀의 학원 방학에 맞춰야 하기 때문(23.6%) 이다. 주 52시간 근로제와 ‘워라밸’ 시대가 됐는데도 특정 시기, 특정 지역에 휴가객이 몰리고 비수기에는 텅텅 비는 일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 휴가가 집중되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난다. 차도 막히고 숙소 예약이 어렵다. 숙박업소, 음식점, 휴양시설 등을 운영하는 업체들은 한철 장사인 데다 수요가 폭증하는 점을 이용해 가격을 높이거나 바가지요금을 씌운다. 비수기에는 장사가 안 돼 시설 개선 등 투자도 어렵다. 한철 장사이다 보니 정규직보다는 임시직 비중이 높아져 고용이 불안정해지고 서비스의 질도 떨어진다. 한마디로 관광 경쟁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은 휴가를 안 가거나 해외로 나간다. 휴가를 안가는 이유 중에는 경제적 요인(44.4%)과 휴가철 교통 혼잡(9.2%) 등이 포함돼 있다.

휴가가 한여름에 집중되는 또 다른 이유는 자녀들의 방학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이나 겨울방학 외에 5월이나 10월에도 단기 방학을 하는 식으로 방학 분산이 필요하다. 하지만 맞벌이 가정의 경우 아이들만 나홀로 방학을 하면 실효성이 없다. 결국 부모들의 휴가 분산과 연차휴가 사용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길었던 한국 직장인들의 노동시간은 주 52시간제 실시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휴가 시기 및 휴가지 분산, 가족여행 확대를 통한 삶의 질 향상, 이에 따른 내수경제 활성화까지는 한참 멀었다. 국내 관광 수요를 늘리기 위해서는 우선 7월 말∼8월 초에 집중되는 휴가부터 분산시켜야 한다. 기업들이 나서서 직원들의 휴가를 연중으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직원들이 연차휴가를 대부분 사용하도록 회사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초과근로시간을 적립해 휴가로 쓰는 근로시간저축제도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연중휴가를 가면 근로 생산성 증대, 관광산업 활성화, 국내 소비 촉진, 지역경제 활성화 등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 관광 수요 확대는 부작용이 없는 경기 부양책이다. 가뜩이나 소비심리가 위축된 요즘이다. 나부터 소비를 촉진하고 워라밸을 실천한다는 마음으로 앞으로 연차휴가를 최대한 사용하고 2주휴가도 다녀와야겠다.

신종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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