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백 칼럼] 착한 정부보다 유능한 정부여야 기사의 사진
대통령의 잦은 사과와 착한 모습만으로는 국민 신뢰를 키워가기 어렵다.
공정의 모멘텀을 속도감 있게 갖춰야
잘 준비된 정책을 추진하는 유능함이 절실하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이 남긴 기록들 중 판정의 공정성 강화를 위한 VAR(Video Assistant Referees) 시스템 도입은 시사하는 바가 새롭다. 경기장 안에 작동되는 많은 카메라들로 인해 심판 판정의 정확도를 높이고 선수들의 비신사적 행위를 줄일 수 있었다. 반면 VAR 요청권과 판정권을 주심이 갖게 돼 주심의 권한이 더욱 막강해져 편파판정을 줄이는 문제는 보다 심각해졌다. 경기 흐름에 있어 어느 한 팀에는 결정적인 분위기인데도 심판은 비디오 판독을 위해 경기를 2분 정도 중단시켜야 했다. 이는 오히려 공정성이 저해되는 경우들이다.

공정성 강화를 위한 것이었는데도 문제점들이 나타났지만 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없는 듯하다. 매뉴얼을 체계화해 주심 판정의 편파성과 독점성을 개선시킨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좋아질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왔다. 그래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공정한 판정에 힘입은 훨씬 속도감 있는 축구경기를 기대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선량한 의도로 정책을 추진한다고 해도 찬반이 있기 마련이다.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고 결과가 쉽게 얻어지지 않은 경우는 많다. 실패를 줄여가는 노력들이 정책을 준비하면서도, 추진 과정에서도 긴요하다.

문재인정부는 촛불집회의 동력으로 정권을 교체하며 들어섰다. 이명박·박근혜정부의 불공정한 국가운영에 대한 국민의 반발이 항상 국정 운영의 기저에 긴장감으로 자리한다. 그래서인지 어느 시대 어느 정부보다 국민에게 착한 정부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을 읽을 수 있다. 부정적인 면이 없지 않다. 정책이 삐끗거려도 대통령이 몸을 움직여 당부하거나 사과하면 어물쩍 넘어갈 수 있을 거란 분위기가 느껴진다. 대통령이 지시해야 일들이 일사불란하게 이뤄지는 듯한 인상도 낳고 있다. 문 대통령은 피로해지기 쉬운 만기친람(萬機親覽)형 대통령이 돼가고 있다. 대통령의 잦은 사과와 착한 모습만으로는 정부와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키워가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문재인정부가 과거 두 정권의 10년간 만들어진 불공정한 시스템과 적폐를 1∼2년 만에 공정하게 돌려놓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정부가 그렇게 돌려놓는 모멘텀을 속도감 있게 갖추길 바라는 것이다. 기존 시스템이 작동하는 과정에서 혜택을 누렸던 조직과 사람, 기구가 단번에 바뀌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대편 사람들을 포용해 함께 발 맞춰가는 게 정부여당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려면 단계적 과정과 시간을 고려한 세밀한 청사진이 있어야만 한다. 아쉽게도 방향은 이해되나 그 실체가 느껴지지 않는다.

최근 최저임금 문제는 정부의 정리되지 않고 얽힌 속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저임금이 3년간 해마다 두 자릿수 인상률을 유지해야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 수 있었다. 그런데 두 번째 해에 소상공인들의 격렬한 반발 등으로 시기가 늦춰지게 됐다. 문 대통령이 사과했다. 최저임금 인상 설계에서 고용이 불안정한 아르바이트나 일용근로를 하는 계층을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던 것 같다. 이들 계층의 고용률 저하와 소득분배 왜곡이 이를 확인시켰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들의 일터인 소상공인 업주의 점포나 업체에서 벌어질 일들이 모니터링이나 시뮬레이션을 거치지 못한 듯하다. 정부와 여당은 중구난방으로 소상공인 지원책들을 내놨다. 재정확대로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의 입법 사항들도 섞여 있다. 처음부터 기울어진 판을 정상화시키는 노력이 선제적으로 이뤄졌어야 했다. 정확히 파악하고 분석해서 준비한 정책이 아니라는 비판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국민은 착한 정부보다 유능한 정부를 원한다. 국민 모두에게 착한 정부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국내 상황뿐만 아니라 국외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급변하는 해외 상황에 따라 국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고 단기적 처방과 중장기적 처방을 담은 정책, 제도, 법률을 만들어야 한다. 어느 한 편의 평가에 치우치거나 매몰돼 전체를 그르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정책 실패로 인한 폐해는 국민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문재인정부에는 역사적 병목을 통과해야 하는 사명도 있다. 1987년 이후 우리 사회에 뿌리박힌 30년의 권위주의적 요소들을 개헌을 통해 크게 없애야 한다. 스스로 권위주의적 의식과 행태를 버리지 않고는 어렵다. 슬기롭지 않으면 대한민국 역사의 지체에 책임져야 할 수도 있다. 집권 2년째부터는 폐해가 쌓여가는 적폐의 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1년의 경험을 했기에… 서툴 수 있다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유능해지길 당부한 것이다.

김용백 논설위원 yb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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