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김준동] 김상곤, 교육수장 자격 없다 기사의 사진
교육계의 오랜 정설이 하나 있다. ‘30-30-30-10’ 이론이 그것이다. 찬성 30%, 반대 30%, 중립 30%, 모름 10%를 뜻한다. 어떤 교육정책이든 과반수는커녕 30% 이상의 우호적인 여론을 얻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교육 수요자들의 각자 처해 있는 상황이 다 달라 의견이 분분하기 때문이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라고나 할까. 역대 정권마다 교육이라는 벽 앞에서 고전했던 이유다. 문재인정부도 예외는 아니다. 문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실시한 한 여론조사를 보면 교육 분야에 대한 긍정 평가는 30%에 그쳤다. 주요 정책 가운데 독보적인 꼴찌다. 역시 마의 30%를 넘지 못한 결과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 입안자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다. 지난해 7월 초대 교육부 장관으로 그가 낙점된 배경이다. 교육정책이 난해하다고는 하나 ‘김상곤호’의 1년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오락가락한 리더십으로 현장은 혼돈의 연속이다. 그러다 보니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도 계속 흐트러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청와대가 교육비서관을 따로 분리했겠는가. 시작부터 꼬였다. 김 장관은 지난해 8월 수능 절대평가 전환 계획을 불과 3주 만에 없던 일로 만들었다. ‘일부 과목 절대평가냐, 전 과목 절대평가냐’를 놓고 격론이 거세지자 초유의 1년 유예라는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수능 절대평가를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김 장관도 인사청문회에서 수능을 절대평가 과정을 거쳐 자격 고사화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하지만 취임 한 달도 안 돼 이 정책은 거센 반대 여론에 밀려 휴지조각이 됐다.

올 1월에는 유치원·어린이집 방과후 영어수업 금지 정책이 오락가락했다. 3월 신학기부터 적용할 방침이었으나 원점에서 재검토한 뒤 내년 초 확정안을 다시 발표하기로 한 것이다. 역시 빗발치는 비판 여론을 견디지 못한 백기투항이었다. 3월에는 대학들을 당황하게 했다. 수능을 강화하겠다며 주요 대학들에 정시 확대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수능 비중을 줄이겠다며 수시에서 그나마 객관적 평가 지표인 수능 최저기준을 없애겠다는 방침도 함께 내놓았다. 어이없게도 한쪽에선 수능을 강화하고 한쪽에선 수능을 약화시키는 상충된 정책으로 혼란을 부추겼다.

헛발질의 대미는 4월에 나왔다. 현재 중3 학생이 치르는 2022학년도 대입개편을 국가교육회의에 넘기겠다고 한 것이다. 어정쩡한 ‘이송안’이란 명칭이 붙었다. 우여곡절 끝에 마련된 개편안 결정 구조는 교육부→국가교육회의→대입제도개편 특별위원회→공론화위원회→시민참여단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다단계 하청으로 이뤄졌다. 수백 가지 조합이 가능한 선택지만 던져주고 사실상 공론화위가 여론을 통해 최종안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대입정책 주무부처가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국가교육회의나 여론 뒤에 숨어 책임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 건 당연하다. 의견 수렴은 이미 많이 했는데 교육부의 ‘결정 장애’로 결국 시간과 비용, 노동력만 낭비하게 됐다는 비아냥도 들린다.

정부가 제때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교육계 구성원끼리의 갈등도 깊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제 중3 학생의 운명은 27일부터 2박3일간 합숙에 들어가는 시민참여단 512명의 손에 의해 결정되게 됐다. 그 후유증이 만만치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어떤 안이 나오더라도 이번에도 30% 이상의 여론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그런데도 김 장관은 취임 1주년 자리에서 “지금의 중3 학생은 미래 혁신교육 1세대가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중3이 피해자가 아니라 진보교육계가 추구하는 ‘혁신교육’의 최대 수혜자란 취지다. “우리가 실험용 쥐냐”며 강한 반감을 보이고 있는 학생과 학부모들의 인식과 엄청난 괴리가 있다. 이것만 봐도 교육 수장으로서의 자격이 없다. 개각이 곧 있을 모양이다.

논설위원 jd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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