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포커스-강준영] 미·중 통상 분쟁과 세계 리더십 기사의 사진
설마 하던 미·중 간 관세 전쟁이 결국 터졌다. 미국은 예고대로 34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 역시 맞불 관세를 부과해 무역 전쟁이 시작됐다. 이번 사태는 경제적으로는 보호무역과 자유무역 간 갈등, 세계무역기구(WTO ) 통상체제 재편과 관련이 있지만, 정치적으로도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및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선 문제, ‘중국의 꿈(中國夢)’ 달성을 위한 시진핑 체제 리더십과도 직결되는 파급력이 있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중국이 불공정 무역행위와 지적재산권 침해나 기술 절취로 미국 제조업을 붕괴시켰고 세계 경제 질서도 흐린다고 주장한다. 또 불공정하게 획득한 이익으로 군사력을 강화해 미국의 전략 지위에 도전한다고 인식한다. 때문에 트럼프는 취임 직후부터 중국의 대미 흑자 축소를 위해 통상압박을 강화해왔다. 그러나 중국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결국 관세 카드를 꺼낸 것이다. 추가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10% 관세 부과를 예고했고, 만일 중국이 반격하면 중국의 대미 수출액 5000억 달러 전부로 관세 부과 범위를 확대할 것임을 천명했다.

문제는 트럼프 발 무역 전쟁이 쉽사리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트럼프의 통상정책이 중국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지난 25일 유럽연합(EU)과는 극적으로 무역 갈등 해소에 합의했지만 동맹국인 일본, 캐나다, 멕시코와도 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의 산업구조 상 단기간에 무역 적자 해소가 어렵다는 것을 알면서도 진행되는 트럼프의 통상압박은 결국 미국 위주의 국제무역 질서 재편을 위한 전초전이다. 중국에 대해서도 표면적으로는 첨단 제조업 국가를 지향하는 ‘중국제조 2025’ 계획에 제동을 거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번 기회에 미국에 도전하는 중국에게 미국의 주도적 지위를 확고히 해 중국의 부상을 원초적으로 제어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본다면 트럼프는 적어도 재임 중에는 중국이 미국에 도전하지 않거나 할 수 없다고 판단하기 전까지는 압박 강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

중국 역시 미국과의 힘겨루기에서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지만 초기의 강경 대응 기조에서 한발 물러났다. 일단 맞불 관세를 부과하려 해도 대미 수입 총액이 1300억 달러 규모에 불과해 맞불을 놓을 수 없을 뿐더러, 중국 경제와 기업들의 피해가 더 크기 때문이다.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에서 비관세 보복이나 인민폐 절하 카드는 위험성이 따른다. 비관세 보복은 또 다른 불공정 행위 논란의 소지가 있고, 인민폐 절하 용인 등은 자산 유출의 위험성과 환율조작 혐의를 받을 수 있다. 지난 23일 리커창 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원 상무위원회는 대미 직접 대응보다는 올해 경제 운영을 수출 증진보다 내수경기 부양과 기업 경쟁력 강화, 그리고 인프라 투자, 지방채 발행 확대 등 적극적 재정·금융정책 카드 활용이라는 우회 전략을 선택했다. 기업과 지방정부의 부채가 악화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확대 재정 정책은 금융리스크를 증폭시킬 위험성이 있지만 일단 무역전쟁의 피해를 줄여보자는 고육책이다.

이 과정에서 시진핑 리더십도 손상을 입었다. 대외적으로 자유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브릭스(BRICS)나 중동 국가들과 연합해 미·중 갈등 구도를 미국 대 국제사회로 바꾸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협력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 대내적으로도 중국몽이 지나치게 강경한 민족주의를 내세웠고, 대미 강경책과 오판이 결국 무역전쟁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감지되고 있어 자연스럽게 지나친 1인 지배 체제에 대한 거부감으로 확산될 개연성도 있다.

자국 이익이 우선이긴 하지만 미국이든 중국이든 모든 일을 힘으로 밀어붙이면 반드시 부작용이 따른다. 이 지구촌에는 미국·중국 외에도 200여개 국가가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정치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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