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지호일] 국가주의 기사의 사진
문재인정부는 국가주의적인가.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낡고도 논쟁적 주제인 국가주의를 끄집어내는 것으로 자유한국당 승선을 신고했다. 정책 곳곳에서 국가주의적 경향이 보인다고 찌른 데 이어 현 정부가 ‘노무현 정신’을 따르지 않고 있다고 한 번 더 비틀었다.

국가주의는 경제·사회의 다양한 영역에 걸친 국가의 간섭을 정당하다고 본다. 개개인의 이익보다 국가의 공공선(公共善)을 우선시하는 이론이다. 좌로는 공산주의에서 우로는 전체주의까지 스펙트럼이 넓은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국가에서 나타나는 보편적 현실이기도 하다. 김 위원장 역시 “문재인정부의 독특한 현상은 아니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국가주의를 불러낸 것은 다분히 전략적이다. 옛 동료인 여권을 향해 이제 대척점에 서게 됐음을 알리는 동시에 한 식구가 된 한국당에는 “내가 대여 공세의 마이크를 잡겠다”는 메시지가 담겼다. 이는 ‘국가주의 vs 자유주의’ 구도의 가치 전쟁도 예고한다.

국가주의 비판은 이슈화 측면에서 바로 효과가 있었다.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은 “현 정책에 국가주의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문재인정부에 특정한 프레임을 씌우려는 시도는 구태정치”(김태년 정책위의장)라는 반발이 나왔다.

김 위원장은 정부가 대통령의 말과 여론을 전가의 보도처럼 대하는 것에 거부감을 드러낸다. 국가주의와 함께 ‘패권주의’ ‘대중영합주의’를 한국 정치의 3대 모순으로 꼽는 것도 이 때문일 터다. 탈원전 정책, 주 52시간 근로제 및 최저임금 정책, 국민연금 의결권 지침 등 현 정부 핵심 정책 대부분이 이런 잘못된 작동 원리에 떠밀려가고 있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그러면서 이에 대항하는 개념으로 ‘시장과 공동체의 자율’을 강조한다.

그런데 한번 돌아보자. 반공과 안보를 기반으로 한 ‘리바이어던’식 국가주의는 오히려 한국당의 자양분이자 기준 아니었나. 국가가 경찰력을 동원해 장발족, 미니스커트족을 단속하는 등 공동체 미풍양속을 수호하고, 국민을 계몽하고, 시장을 총괄하는 전통은 한국당의 뿌리 아니었나.

“너나 잘 하세요”라고 말하려는 게 아니다. 김 위원장과 청와대 사이보다, 김 위원장과 한국당 사이에 더 큰 강이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다. 지금의 탐색전이 끝나면 김 위원장은 내부와 더 치열한 가치 전쟁을 치러야 할지 모른다. 혹은 그의 국가주의 비판이 처음부터 한국당을 겨냥한 말은 아니었을까.

지호일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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