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에어컨 없는 실내서 격한 운동, 젊은이도 급사 부른다 기사의 사진
장기간 계속되는 폭염은 심장에 큰 부담을 줘 노인 등의 급사 위험을 높인다. 심혈관질환 위험 인자를 갖고 있다면 젊은 사람도 안심할 수 없다. 국민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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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은 더위에 오래 노출되면 체온 유지하기 위해 땀 배출시켜
물 안마시면 탈수로 혈액량 감소… 심장, 전신에 혈액 공급 위해 무리
심장마비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 운동시간은 아침보다 저녁이 좋아


#1. 강원도 영월에 사는 이모(75·여)씨는 배추와 옥수수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지난달 초 남편이 척추 수술을 받아 거동이 불편하게 되자 한 달 넘게 혼자 농사일을 도맡아 했다. 폭염이 지속되던 지난 19일 옥수수를 수확하다 쓰러져 있는 이씨를 이웃이 발견해 신고했다. 119구급대가 와서 지역응급센터로 옮겨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으나 급성심근경색에 의한 심정지(심장마비)로 끝내 숨졌다.

#2. 건장한 체격의 30대 A씨는 지난 23일 실내에서 격한 운동을 하다 갑자기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갔다. 그는 평소 ‘이형성 협심증’을 앓아 약을 복용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술을 마신 상태로 에어컨 없는 실내에서 운동을 하다 심실세동(심장이 제대로 수축하지 못해 전신에 혈액을 못 보내는 상태)이 발생한 것이다. 다행히 주위 사람들이 급히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119가 빠르게 출동해 가까스로 목숨을 구했다.

A씨 주치의인 메디플렉스세종병원 심장내과 김경희 과장은 30일 “실내에서 운동할 땐 꼭 에어컨을 켜고 하라고 당부했는데, 말을 듣지 않았다”면서 “더운 날 음주와 숨이 찰 정도의 심한 운동이 심장질환을 더욱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폭염이 이어지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이들이 적지 않다. 특히 노약자나 비만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동맥경화증 심부전 협심증 등 심혈관질환자이거나 위험 인자를 가진 사람들은 추위 못지않게 더위에도 취약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안정민 교수는 “장기간 계속되는 폭염은 심장에 큰 부담을 주며 심장마비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열사병이나 일사병 등 온열질환도 조심해야 하지만, 심장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특히 신경 써야 한다는 얘기다.

날씨와 심혈관계질환의 상관성을 밝힌 여러 연구논문에 따르면 심혈관질환 사망률은 추운 날씨로 인해 5% 증가한 반면 더운 날씨로는 1.3% 증가하는 걸로 나타났다. 하지만 고령인 경우는 그 반대였다. 추운 날씨에서는 6%의 심혈관질환 사망률 증가가 나타났지만, 더운 날씨에선 8.1%가 증가해 더 높았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진료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7월과 8월 급성심근경색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각각 2만6731명, 2만6913명으로 12월(2만6927명)과 크게 차이나지 않았다. 1월(2만4632명)보다는 오히려 더 많았다.

급성심근경색은 동맥경화반(혈관 내에 쌓인 지방과 세포 덩어리가 뭉쳐 걸쭉하게 되고 딱딱해짐)이 갑자기 파열되면서 급성으로 혈전(피떡)을 만들고 이게 혈관을 막아 생긴다. 기온이 뚝 떨어지면 이로 인해 급성심근경색뿐 아니라 뇌경색·뇌출혈 위험도 높아진다.

추위와 마찬가지로 무덥고 습한 날씨 또한 심장에 무리를 준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철환 교수는 “폭염에 오래 노출되면 우리 몸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땀을 흘리게 되는데, 지나치게 땀을 흘리고 수분 섭취를 하지 않으면 탈수돼 혈액량이 줄게 된다”면서 “이 경우 혈압을 유지하고 전신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 심장은 더 빨리, 더 세게 뛰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땀을 많이 흘리면 몸속 혈액이 농축(걸쭉해짐)돼 혈전이 발생할 위험성이 증가한다.

건강한 사람은 더운 날씨에도 체온조절 기능이 정상 작동한다. 그러나 심부전 등 심혈관계에 이상 있는 사람이 고온에 오래 노출될 경우 문제가 된다. 체온 조절을 위해 피부의 말초혈관이 확장되고 그쪽으로 가는 혈액량이 많아지면서 심장과 뇌로 가는 혈약량은 상대적으로 감소해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것이다.

메디플렉스세종병원 김경희 과장은 “땀을 많이 흘려 발생하는 탈수는 몸 안의 수분 감소와 교감신경의 활성화로 이어져 맥박 상승을 일으키고 궁극적으로는 혈액의 점성(끈적거림)을 높여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 위험을 높인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따라서 요즘처럼 폭염이 지속될 때는 특히 고령자, 근육량이 적고 심혈관질환 요인이 있는 여성들은 바깥 활동을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들은 땀을 많이 흘릴 경우 충분한 수분 섭취와 전해질 보충을 통해 탈수 증상이 생기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혈관질환 위험 인자를 갖고 있다면 젊은 사람도 안심할 수 없다. 스페인의 유명 축구선수였던 다니엘 하르케나 안토니오 푸에르타 등은 20대에 경기를 하다 심정지로 숨졌다. 이들은 모두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에 운동 중 사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몇몇 전문가들은 건강의 대표주자라 할 수 있는 이런 젊은 선수들이 심정지로 쓰러진 이유를 “폭염이 심장에 큰 부담을 줬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젊은 선수들에게 발생한 운동 중 심정지가 급성심근경색보다는 심실성부정맥(심실 이상으로 심장이 빨리 뛰거나 심하게 떨리는 질환) 때문이었을 것이란 추정도 내놓는다. 이 교수는 ”젊은 선수 중에는 비후성심근병증 같은 구조적 심장병을 갖고 있거나 선천적으로 심장에 문제가 있었으나 이를 모르고 지내다 운동 중 심장에 무리가 가 심정지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운동선수는 아니지만 앞서 소개된 30대 A씨도 ‘이형성 협심증’이라는 특이한 질환을 갖고 있었다. 자신의 질병을 알고는 있었지만 ‘에어컨 없는 곳에서 운동하지 말라’는 주치의 당부를 지키지 않았다가 큰일을 당할 뻔했다.

심혈관계 이상이 있는 사람에게 적당한 강도의 운동은 효과가 있지만 강도가 너무 높을 경우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 있다. 요즘처럼 푹푹 찌는 날씨에 운동할 때는 주치의나 전문가 조언을 받고 시작하는 게 좋다. 맥박 수나 심폐기능 등을 체크하고 객관적 처방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운동할 때는 통풍이 잘 되고 땀 흡수가 뛰어난 옷을 입어야 한다. 흔히 체중 감량을 위해 땀복을 많이 입는데, 한여름에 땀복을 입고 운동하는 것은 위험하다. 열쇼크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땀복을 입으면 땀은 많이 나지만 방수가 되고 증발되지 않아 체온이 위험 수준까지 올라가기 때문이다.

운동은 더운 낮 시간은 피하고 주로 저녁 시간을 이용해 하는 게 좋다. 이른 아침 운동도 더운 낮보다는 낫겠지만, 자칫 심장에 부담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 교수는 “밤사이 감소된 교감신경의 작용으로 우리 몸이 이완 상태에 있다가 잠에서 깨면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기 시작해 아침에 심장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크다. 많은 돌연사가 하루 중 아침에 일어나는 건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빠르게 걷기, 가볍게 뛰기, 자전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이 권장된다. 가장 손쉬운 빠르게 걷기의 경우 한 번에 20분∼1시간, 1주일에 3∼5회 지속하는 게 좋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하루 20분 걷기(2000보 정도)를 하면 심장병 및 뇌졸중 발병 위험이 8%가량 낮아지는 것으로 보고됐다.

운동 중 수분 보충도 중요하다. 심부전 등 심혈관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이온음료 등 전해질 보충제보다는 일반 생수나 보리차 등이 추천된다. 김 과장은 “목이 마를 때까지 기다려서 마시면 너무 늦으므로 25∼30분마다 수시로 마셔 주는 게 좋다”고 권고했다. 운동 중간에 휴식도 충분히 취해 줘야 한다.

이 교수는 “너무 갑작스럽게 진행하면 무리가 될 수 있으므로 운동량은 단계적으로 늘려 가는 게 좋다”면서 “운동을 하다 가슴 통증, 현기증, 실신,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 무시하지 말고 반드시 의사진료를 받아보라”고 강조했다. 열대야 속에서도 숙면을 위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게 좋다. 땀이 촉촉하게 배일 정도로만 하고 너무 늦은 밤 시간에 하는 운동은 수면을 방해해 삼가야 한다.

일상에선 에어컨으로 인한 실내외 온도차가 너무 많이 나지 않도록 주의한다. 외부 활동 후 찬 에어컨 공기에 갑작스럽게 노출되면 심혈관계에 문제 있는 이들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 실내외 온도차는 5∼6도 이상 벌어지지 않도록 한다.

샤워나 등목을 할 때도 냉수가 아닌, 미지근한 물로 하는 게 좋다. 술을 마시고 목욕을 하거나 냉탕과 온탕을 오가거나 지나치게 목욕을 오래하는 것은 금해야 한다. 60도 이상 너무 높은 온도에서의 15분 이상 사우나는 피해야 한다. 80도 이상에서의 사우나는 심장에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

계곡이나 물놀이장 등 휴가지에서 생각지 못한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안 교수는 “덥다고 갑자기 차가운 물에 들어가면 더운 날씨에 확장됐던 혈관이 수축해 심장으로 가는 혈액량이 감소, 심장질환이 악화되거나 급성심근경색으로 인한 심장마비가 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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