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손관수] FIA와 함께 교통사고 줄이자 기사의 사진
이달 초부터 75개국 900개 도시에 러시아월드컵에서 활약한 프랑스의 간판스타 앙투안 그리즈먼을 비롯해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 가수 퍼렐 윌리엄스, 영화배우 양자경(미셸 여) 등 유명 인사들이 홍보대사로 참여한 안전운전 포스터가 나붙기 시작했다. 이 캠페인이 앞세우는 해시태그는 ‘#3500Lives’. 전 세계에서 교통사고로 하루에 죽어가는 생명의 숫자를 뜻한다.

교통사고는 어쩌면 전쟁이나 기아, 난민 문제보다 더 많은 생명을 앗아가는 재앙일지 모른다. 국제자동차연맹(FIA)은 만 15∼29세 인구의 가장 주요한 사망 원인은 질병이 아닌 교통사고라고 발표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차량사고 사망자가 200명이 넘는다. 독일의 62∼65명, 이웃 일본의 53∼55명과 대조적이다.

피해를 줄이려면 원인부터 살펴야 한다. 우선 차의 성능을 감안했을 때 차량 안전도를 사고 피해의 핵심적 본질로 보기는 어렵다. 도로포장 상태와 시설물의 안전도 역시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다. 세계적으로 봐도 수준급이다. 남은 원인은 한 가지. 지나치게 높은 교통사고 사망률의 주범으로 운전자, 정확히는 부족한 운전 실력을 지목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운전미숙 현상을 ‘김 여사’로 통칭되는 성별의 문제로만 재단하고 싶지는 않다. 여성은 물론 10대, 노인 등 취약계층 전반에서 사고 위험이 갈수록 위세를 더하고 있어서다.

일부에서는 규제개혁의 바람을 타고 느슨해진 운전면허 발급 기준을 탓하기도 한다. 그러나 단지 시험을 더 어렵게 한다고 운전 미숙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닐 터이다. 우리는 이 지점에서 운전자들에 대한 재교육 자체가 사실상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사업용 운전자에 대한 의무교육은 있으나 일반 운전자들을 겨냥한 공공교육 시설은 전무한 실정이다. 십수년 전 딴 운전면허도 간단한 갱신으로 자격이 유지된다. 일단 면허를 받은 뒤에는 개선이나 교정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결국 모든 교통사고 피해의 근원인 운전자 행동 개선을 위한 재교육에 사회적 관심이 모아져야 한다. 유엔도 일찌감치 교통사고가 주요한 재앙임을 인식해 지난 2011년 10개년 계획의 교통안전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도로 위에서 사망하는 500만명을 살린다는 목표다. 이 캠페인의 실현자가 국제자동차연맹이다. FIA는 유엔의 소임을 받아 ‘액션 포 로드 세이프티(FIA Action For Road Safety)’라는 교통안전 촉진 활동을 설계하고 이를 전 세계 250여개 회원 단체에 전파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FIA 회원 기구인 대한자동차경주협회가 지난해부터 이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운전자의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월 1000만명이 사용하는 휴대폰 내비게이션을 통해 안전운전 행동에 포상하는 운전습관 개선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누군가는 자동차 경주를 폭주족 놀음으로 오인해 의아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이는 세계적 인기 스포츠인 카레이스의 본질을 잘 모르는 데서 비롯된 오해다. 모터스포츠는 지난 100여년간 자동차 안전 기술의 인큐베이터이자 보편적 운전 기량을 높이는 사회적 순기능을 해 왔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20대 국회교통안전포럼 2주년을 기념한 전시회와 세미나가 열렸다. 이 포럼은 지난 2년간 10여개의 교통사고 관련 법안을 입법하며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교통사고 피해 줄이기를 위해 세계가 한목소리를 내는 현장이기도 하다. 이 모임에서 국회의원 등 참석자들은 FIA가 제정한 안전운전 10계명인 ‘골든 룰(Golden Rules)’에 서명했다. 안전운전 10계명의 내용대로 생명을 살리는 서약의 힘이 담기길 바란다.

손관수 대한자동차경주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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