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前 꼴찌 두 번째가 ‘지옥의 레이스’ 반란 기사의 사진
게라인트 토머스가 30일(한국시간) 자신의 출신 지역인 웨일스 국기를 들고 투르 드 프랑스 마지막 구간(우이-샹젤리제)을 달리고 있다. AP뉴시스
묵묵하고 꾸준하게 밟은 페달이 빛을 봤다. 챔피언 도우미였던 선수가 이번엔 챔피언의 자리에 우뚝 섰다.

영국의 게라인트 토머스(팀 스카이)가 30일(한국시간) ‘지옥의 레이스’라 불리는 사이클 대회 투르 드 프랑스의 105번째 우승을 거머쥐었다. 토머스는 총 거리 3349㎞를 83시간 17분 13초에 주파하며 2위인 네덜란드의 톰 두물랑(팀 선웹)을 1분 51초 차이로 따돌렸다. 팀 스카이 동료이자 이 대회에서만 4번 우승한 ‘사이클 황제’ 크리스 프룸은 3위에 머물렀다.

우승을 상징하는 ‘옐로 저지(노란색 유니폼)’를 입고 웨일스 국기를 두른 채 시상식에 오른 토머스는 “환상적이다. 옐로 저지를 입고 달리는 것은 오랜 꿈이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토머스는 9살 때부터 자전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웨일스 언론에 따르면 학창시절 토머스를 지도한 데비 월턴 코치는 “토머스는 얇은 다리를 가진, 자전거를 좋아하는 소년이었다”며 “사이클을 탈 때 균형 감각이 빼어났다”고 기억했다. 경쟁심도 남달라 경기에서 지고 나면 토머스는 항상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지” 주변 사람들에게 묻곤 했다고 한다.

이후 토머스는 각종 대회에서 메달을 따며 또래 사이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투르 드 프랑스 데뷔전은 쓰라렸다. 처음 참가한 2007년 대회에서 토머스는 결승선을 통과한 141명 중 140등에 그쳤다.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그때까지 탔던 사이클 중 가장 힘들었지만 ‘멈출 수 없다’고 생각했다. 경기를 완주하고 나서 뿌듯했다”고 회상했다.

2010년 팀 스카이에 입단하면서 토머스는 프룸의 러닝메이트 역할을 종종 맡았다. 토머스는 프룸의 2013년과 2015∼2017년 투르 드 프랑스 우승을 도왔다. 올해도 그는 프룸의 도우미가 될 것이라 예상됐지만, 프룸을 비롯한 경쟁자들이 컨디션 난조를 보이자 1등을 꿰찼다.

5번째 우승을 놓친 프룸은 챔피언이 된 팀 동료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프룸에게 이번 대회는 불운의 연속이었다. 그는 대회 시작 전부터 악물 남용 의혹으로 팬들의 지탄을 받았다. 프룸을 사이클 팬으로 오인한 경찰이 경기도중 그의 자전거를 도로 밖으로 끌어내는 사고도 있었다. 대회가 끝나고 프룸은 “어려움이 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강한 실력을 보여준 토머스가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번 투르 드 프랑스는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프랑스가 러시아월드컵에서 20년 만에 우승하며 대회는 초반부터 관심에서 멀어졌다. 16구간 경기가 열린 24일에는 정부의 유럽연합 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농민들의 시위로 경기가 15분 간 중단되기도 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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