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이상근] 최저임금보다 차라리… 기사의 사진
최근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몇 분의 지인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이들의 체감경기는 정부가 발표하는 경기 지표보다 심각했다. 매출은 줄고 외상매출금은 들어오지 않아 이달 직원들 월급을 어떻게 줘야 할지를 걱정하는 이도 있었다. 현장의 체감경기는 이 폭염에 반하는 엄동설한을 느끼게 했다.

개인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가 간과한 점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중소 제조업체 근로자들이 서비스업으로 옮겨가 해당 산업이 심각한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한 중소 제조업체 대표는 이 상태라면 제조업은 더 이상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또한 지방의 중소 IT 업체 대표는 최근 투자 유치가 좌절됐고, 지방에서는 더 이상 일거리를 찾기 어려워 개발 인력은 지방에 그대로 두면서 영업 인력만 서울로 이전해 경비 절감을 꾀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구직자들의 의견은 어떨까. 구직자들 또한 갈 기업이 없다고 말한다. 중소기업의 대다수는 최저임금에 간신히 미치거나 그것에도 미치지 못하게 지급하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고 기본적인 워라밸(Work Life Balance)도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태이니 구직자들은 당연히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대기업과 공무원, 공기업 같은 현재의 삶을 누리면서도 미래의 삶까지 그려볼 수 있는 기업들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런 현실을 반영하듯 최근의 대학 졸업생들 취업률도 예전 같지 않아 학생들 얼굴에는 시름이 가득하다. 이번 달에 발표된 통계청의 ‘5월 경제활동인구 조사 청년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청년층 인구 915만7000명 가운데 실업자가 46만명으로 실업률이 10.5%다. 고용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3% 포인트 떨어진 42.7%로 나타났다. 올해 4월 집계된 공시생은 44만명으로, 대학을 졸업한 청년 외에 많은 대학생, 심지어 고등학생까지 공무원 시험이나 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또 잡코리아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재 직장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12.6%가 ‘현재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중소기업의 구인난과 청년층의 구직난을 해소하면서 동시에 공무원으로의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조치가 필요할까. 여러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민간 부문에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먼저 기업이 투자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하고 더불어 구인난을 겪는 중소기업 일자리의 질 또한 개선돼야 한다.

최근 사회동물학 논문에 따르면 사회성을 지닌 동물들은 기본적인 삶의 보장권이 지켜지지 않으면 자손을 번식시키지 않고 더 자신의 안정적인 삶을 추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현재 청년층이 공무원 등과 같은 높은 안정성을 지닌 직장으로의 쏠림 현상을 보이는 것과 관련 있어 보인다. 높은 실업률과 함께 공무원으로의 쏠림 현상은 직업 안정성뿐만 아니라 연금 제도가 어느 직군보다 좋기 때문이다. 이에 중소 제조업체 근로자들의 연금 제도 개선이 최저임금 인상보다 효과적인 정책일 것이다.

일례로 일본의 경우 국민연금법에 의해 2015년 10월부터 우리의 공무원연금에 해당하는 공제연금을 없애고 모든 공무원은 전 국민이 가입하는 기초연금과 일반 회사원이 가입하는 후생연금에 가입하도록 해 공무원과 일반 회사원의 연금 차별이 사라지고 같은 액수의 보험료를 내는 공무원과 회사원이 퇴직한 뒤 받는 연금액과 수령 조건을 같도록 했다. 물론 급격한 연금정책 변화는 공무원들의 반발을 가져올 수 있겠지만 모든 국민이 같은 연수를 근무했을 때 같은 금액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면 지금처럼 우수한 인재가 특정 직업군으로 쏠리는 현상은 줄어들 것이다. 특히 중소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종업원들에게 연금의 자기부담금 일부를 정부가 부담한다면 첫 직장을 구하기 위해 소요되는 기간이 짧아질 것이고 이에 따른 취업 포기자가 속출하는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상근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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