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 비혼 입니다

기윤실 ‘결혼과 비혼 사이’ 세미나… “교회 청년 비혼선언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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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천 직장인 김모(29·여)씨는 최근 ‘비혼(非婚)’을 선언했다. 그는 “언젠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할 수도 있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면서 “결혼만을 목표로 삼기보다는 공동체를 이루고 서로 돕는 게 예수님의 모습과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취업난 등으로 결혼하지 않는 상태인 비혼을 유지하겠다는 청년들이 늘면서 교회 안에서도 비혼을 고려하거나 선언하는 청년들이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기독청년들의 고민은 ‘일과 개인생활 모두 자유롭게 하고 싶어’ 비혼을 선택했다는 교회 밖 청년들과 다소 달랐다.

30일 서울 마포구 100주년사회봉사관. 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공동대표 배종석 정병오 정현구)이 주최한 ‘결혼과 비혼 사이’ 세미나에는 기독청년 40여명이 몰렸다. 기윤실 관계자는 “세미나에 참여하겠다고 등록한 인원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았다”고 귀띔했다.

발제자로 나선 신하영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독신과 비혼을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혼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 그 자체일 뿐 평생 혼자 살겠다는 신념인 독신주의와는 구분돼야 한다”며 “연애와 결혼, 출산, 내 집 마련까지 모두 성공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독신은 신념이지만 비혼은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장년 성도들이 청년들에게 결혼을 강권하는 이유가 ‘약자가 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신 연구위원은 “비혼 청년은 사회 내에서도 결혼이라는 제도에 소속되지 못하고 교회 내에서도 장년부에 올라가지 못하는 약자와 비슷한 존재”라며 “교회는 비혼 청년들이 소외되지 않는 사역 방식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기독청년들이 비혼을 선택하는 이유도 들을 수 있었다. 비혼을 선택한 기독청년들의 사례를 정리한 기독여성공동체 믿는페미의 폴짝(가명) 활동가는 교회 내에서 청년부의 모호한 위치를 지적했다. 폴짝 활동가는 “교회에서 청년부는 ‘빨리 결혼해서 떠나야 하는 곳’이 됐다”며 “비혼을 선택했거나 결혼한 뒤에도 경제·사회적 사정으로 아이를 갖지 않은 이들은 교회 내 어느 공동체에도 소속되지 못한 채 교회를 떠난다”고 말했다.

세미나에 참여한 기독청년들은 교회가 청년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길 바랐다. 자신을 대학원생이라고 소개한 한 참가자는 “교회 밖 청년들은 명절에만 ‘결혼은 언제 하느냐’ ‘아이는 언제 낳느냐’는 이야기를 듣지만 기독청년은 매주가 명절”이라며 “교회가 세상의 시선으로 청년들을 바라보는 게 성경의 이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기독 비혼공동체를 구상 중인 박정철(가명·27)씨는 “비혼을 선언한 뒤에도 기독청년들은 결혼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교회가 경제·사회적 상황 때문에 결혼을 망설이는 청년들에게 더 따뜻한 시선을 보내줄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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