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사로] 청각장애인 위한 최고의 복지 ‘수어(手語)’

[안녕? 나사로] 청각장애인 위한 최고의 복지 ‘수어(手語)’ 기사의 사진
지난 5월 전국의 목사와 장로 3000여명이 운집한 2박3일 집회 현장을 찾았다. 국내 최대 교단이 진행하는 연중 큰 행사로 55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집회는 ‘영적 미스바’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복음의 열정으로 가득 채워졌다. 참석자들이 강단 위 설교자와 강사에게 주목하는 동안 기자의 시선이 꽂힌 곳이 있었다. 왼쪽 맨 앞자리에 앉은 참석자들을 향해 끊임없이 손짓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수어통역사였다. 3000여명 중 청각장애인 목회자는 4명. 이들을 위해 솔라피데수어통역연구소(대표 고경희 집사)에서 10명의 수어통역사가 집회에 초청된 것이다.

“귀로 듣고 메시지의 핵심을 이해한 뒤 손 언어로 전달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의미가 잘못 전달될 수 있어요. 그래서 20분마다 통역사를 교체해 원활한 메시지 전달을 돕습니다.”

고경희 집사의 설명을 듣고서야 ‘4명을 위한 10명의 초대’가 이해됐다. 또 다른 설명이 이어졌다.

“대다수의 집회나 공연장을 가보면 청각장애인을 위한 좌석이 뒷자리나 통로 한편에 마련된 경우가 많은데 사실 청각장애인은 통역사의 수어와 함께 무대에 선 화자를 보면서 온전하게 메시지를 전달받아요. 주최 측은 장애인을 위한 좌석을 마련해 놓은 것으로 충분히 배려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소외받고 있는 셈이죠. 이번 집회는 맨 앞자리에서 설교자와 통역사를 함께 볼 수 있어서 네 분 목사님들의 입가에 계속 미소가 떠나질 않는 거 같아요.”

‘의사소통 환경의 개선’은 장애인들이 지금 줄곧 외쳐 온 주제다. 청각장애인에게 2년 전 오늘은 감격스러운 날로 각인돼 있다. 2013년 발의된 한국수화언어법(한국수어법)이 3년 만인 2016년 2월 3일 제정되고 6개월 후인 8월 4일 시행됐기 때문이다. 한국수화언어가 청각장애인의 고유한 언어임을 밝히고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졌음을 인정한 것이다. 새로 마련된 법적 테두리는 사회적 인식의 범주를 현격하게 넓혀준다. 한국수어법 시행 이후 청각장애인들 사이에선 “이제야 우리가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말하는 방법이 다른 사람이란 걸 알릴 수 있게 됐다”는 고백이 나왔다.

국내 농인을 35만명으로 추산한다. 시선을 기독교로 돌려보면 1만명 정도다. 10명의 수어통역사 덕분에 2박3일 동안 행복한 은혜를 경험했던 이들의 사례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농인들은 여전히 미흡하기만 한 의사소통 환경에 처해 있고 신앙을 가진 농인들에게 수어성경은 꿈같은 이야기다.

다행히 수화를 담은 영상을 모아 수어성경을 제작하고 있는 이들이 있어 응원을 받고 있다. 한국기독교수어연구소(소장 이영빈 목사)가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주인공이다. 목사 전도사 신학대학원생 등으로 구성된 연구소 회원들은 성경의 주요 사건을 이야기 방식으로 한 편씩 번역해 100여편의 말씀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200편 제작을 목표로 매주 모임을 갖고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 문장을 다듬는 데 1시간이 걸리기도 하는 더딘 작업이지만 ‘이 세대가 아닌 다음세대를 위한 준비’라는 마음이 수고의 고삐를 당긴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최고의 복지는 ‘수어’라고 말한다. 척박하더라도 밭을 일궈 나가고자 하는 노력이 지속되는 한 그 과정은 현실과 인식을 변화시키고 분명한 흔적을 남긴다. 이스라엘을 갱신하게 만들었던 ‘영적 미스바’처럼 귀한 헌신의 열매가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거듭 허물게 되길 기대해본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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