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잊은 봉사 현장, 눈빛으로 척척 손 맞추며 뚝딱…망치질하다 보니 더위도 몰라

父子의 해비타트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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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 안유환씨(오른쪽)와 아들 재상군이 역대 최고 폭염을 기록한 1일 충남 천안 목천읍 한국해비타트 ‘번개건축’ 현장에서 망치질을 하며 집을 짓고 있다. 천안=송지수 인턴기자
1일 오후 2시 기온이 36도까지 올라갔다. 전날 같은 시간보다 2도나 높은 수치였다. 충남 천안 목천읍 한국해비타트 ‘번개건축’ 현장의 열기는 이를 웃돌았다. 먼지 날림 방지를 위해 뿌리는 물은 땅을 잠시 적셨을 뿐 금방 말랐다. 기록적인 더위였다. 현장의 전문가들도 혀를 내둘렀다.

주변 논밭에서 일하는 분들도 하나둘 떠나 집으로 들어가던 때에 자원봉사자 안유환(50)씨는 망치를 들었다. 옆에는 고3 아들 재상(18)군이 자리했다. 재상군 손에도 망치가 들려 있었다. ‘뚱땅뚱땅’ 부자의 망치질이 속도를 더하더니 리드미컬한 음악으로 변했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는 현장에서 둘의 옷은 금세 땀범벅이 됐다. 지붕과 가까운 3층이 이들의 작업 장소라 체감 온도는 더 높았다.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손을 들어 땀을 닦을 법도 한데 한번 잡은 망치를 쉬이 내려놓지 않았다. 공사장 소음으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했지만 둘은 눈빛으로 합을 맞춰 나갔다.

안씨는 이번이 해비타트 봉사 네 번째다. 충남 지역 건축직 공무원으로 일하는 그는 2001년 처음 해비타트 현장을 찾았다. 건축 일을 하고 있어서 자연스럽게 동료들과 함께 참여하게 됐다고 한다. 2008년과 2009년에도 그렇게 해비타트를 찾았다. 올해는 좀 달랐다. “아빠, 8월 초에 해비타트 봉사 가고 싶은데 휴가 낼 수 있어?” 아들의 부탁이 그를 현장으로 이끌었다. 폭염이 예보돼 있어 걱정됐지만 안씨는 바로 휴가를 냈다.

재상군은 “글이나 인터넷으로만 봤던 집짓기 봉사현장을 꼭 경험해 보고 싶었다”며 “미래에 제가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미리 알아보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말했다. 재상군은 진로를 건축 쪽으로 정했다.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안씨는 그런 아들을 살뜰히 챙겼다. 재상군이 묻는 말에 하나하나 자세히 알려줬다. 지금의 망치질도 전날 아빠에게 배운 것이다. 재상군은 “아빠한테 망치질을 어떻게 하는지 여쭤봤다”며 “망치를 짧게 잡고 속도에만 집중했는데 길게 잡고 정확하게 힘을 줘야 못이 잘 박힌다고 조언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를 지켜보던 안씨는 웃으며 “속도도 늘었다”고 덧붙였다.

3박4일 일정이 진행될수록 안씨는 집을 짓는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게 됐다고 한다. 집(house)을 지어 가정(home)을 세운다는 말이 예전엔 와닿지 않았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울림 있게 다가왔다고 한다. 아들과 함께여서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재상군도 느끼는 바가 남달랐다. “더운 줄 몰랐다”는 게 재상군의 첫 소감이었다. “내 집을 짓는다고 생각하면 사실 더 빨리 완공하고 싶고, 망치질 하나에도 신중해지고 심혈을 기울이게 된다”며 “이런 데 신경을 쓰다 보니 사실 더운 줄 몰랐다”고 말했다.

한창 작업 중이던 오후 3시11분, 안씨 휴대전화에서 알람이 울렸다. ‘논밭·건설현장 등 야외작업 자제, 충분한 물 마시기 등 건강에 절대 유의 바란다’는 행정안전부의 긴급재난문자였다. 알람 소리가 끝남과 동시에 공사장의 망치질과 드릴 소리가 멈췄다. 그제야 안씨 부자도 망치를 내려놨다. 이번 해비타트 번개건축 봉사에는 총 120명의 자원봉사자가 참여했다. 이들은 더위 속 봉사를 축제처럼 즐겼다.

천안=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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