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영화 최고의 악역 연기에서도 사랑과 선한 메시지 전할 수 있어”

드라마 ‘사생결단 로맨스’서 의사로 열연, 최령 인터뷰

“상업영화 최고의 악역 연기에서도  사랑과 선한 메시지 전할 수 있어” 기사의 사진
배우 최령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기독 연예인으로서의 삶과 연기자로서의 소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배우들은 삶을 공상과학 영화의 주인공처럼 살고 싶어 합니다. 늘 영웅 대접 받고 주목을 끄는 게 당연한 것처럼요. 실제론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다큐멘터리의 주인공에 가까운데 말이죠.”

3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빌딩에서 만난 배우 최령(45)은 연기자로서의 삶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15년차 배우로 살아가는 그에게선 한 장면의 연기가 대중에게 전달되기까지의 과정을 고민해 온 흔적이 엿보였다.

그는 흔히 말하는 ‘톱스타’는 아니다. 최령이 걸어온 길은 어둠 속에서 빛을 내며 주목받는 별보다는 은은하게 온기를 전하는 햇살에 가깝다. 기독교인인 그는 데뷔 초 자신의 연기력을 위한 기도에 집중했다. 하지만 기도의 초점이 삶 전체로 넓어지면서 자신을 둘러싼 환경 전반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중심이 옮겨갔다. 자연히 자신보다 상대역, 스태프, 단역 배우 등 주변인에게 시선이 갔다. “예명을 쓰기로 결심했을 때 기획사 측에 ‘햇빛 령(?)’자를 쓰고 싶다고 어필했다”는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배역을 대하는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영화 데뷔작인 ‘어깨동무’를 시작으로 ‘야수’ ‘조폭마누라3’에서 연달아 조직폭력배 역을 맡으면서 ‘크리스천으로서 사람을 죽이는 배역으로 관객 앞에 서는 것’에 대해 적잖게 속앓이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도 끝에 ‘맡은 배역으로 최고의 악역 연기를 선보였을 때 작품이 관객에게 전달할 ‘선(善)’을 살릴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상업영화가 기독교적 메시지와 감성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복음과 성경 이야기를 직접 표현하지 않더라도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사랑과 정의가 무엇인지 스며들게 하는 게 기독 연예인에게 주어진 몫이죠.”




최근엔 MBC 드라마 ‘사생결단 로맨스’에서 코믹하면서도 후배들을 챙기는 의리파 의사, 내분비내과 과장으로 열연하며 사랑받고 있다. 최령은 “그동안 맡았던 배역을 통틀어 인간 최령과 가장 닮은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거란족 족장 역을 맡으며 대중의 사랑을 받은 적도 있지만 주위에선 유머 감각과 털털함을 그의 매력 포인트로 꼽는다. 그는 특히 기독 연예인들에게 신앙고민 상담사로 정평이 나 있다. 기독 연예인으로 구성된 연예인합창단 Acts29(단장 이무송)의 창단 멤버로 7년 동안 총무를 맡으며 선후배들의 마음을 다독이다 얻게 된 훈장이다.



기독 연예인으로서 그가 보여준 모습과는 180도 다른 반전 스토리도 있다. 최령은 유년 시절을 거의 사찰에서 보냈을 만큼 독실한 불자(佛者)였다. 미션스쿨인 광주 숭일고에 다닐 때는 염주를 목에 걸고 불경을 든 채 고무신을 신고 등교했다. 3년 내내 교목 목사님과 갈등을 빚을 정도로 반기독교적 성향을 가진 소년이었다.

하지만 군 제대 후 ‘삶과 죽음’에 관한 강렬한 메시지가 담긴 꿈을 잇달아 꾸면서 당시 친형이 출석하던 교회 목사님을 찾아가 기도를 받게 됐다. 이를 계기로 신앙의 싹이 텄다. 부모의 반대로 연극영화과 진학을 포기하고 전자공학도로 대학을 졸업했지만 연기에 대한 열망을 다시 움트게 한 것도 연극으로 자비량 선교를 하는 극단 ‘예공’에 들어가면서부터였다.

기도제목을 묻는 질문에는 엉뚱하게도 “하나님 ‘갑질’하게 해주세요”란 응답이 돌아왔다. 세상이 손가락질하는 갑질이 아니었다. “세상의 주인은 하나님이시잖아요. 진짜 따라야 할 존재가 누구인지 사람들이 알게 하는 것, 제겐 그게 갑질입니다.”

글=최기영 기자, 영상제작=김평강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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