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재헌] ‘건강한 먹방’이 필요하다 기사의 사진
학교에 다닐 때에는 배운 적이 전혀 없는데, 최근 자주 쓰는 단어 중 하나가 ‘먹방’이다. 인터넷 검색창을 통해 먹방을 찾아보면, ‘먹는 방송의 준말로 캠코더를 이용한 방송을 하고, 음식을 먹으며 시청자와 대화하는 것이 보편적이다’라고 되어 있다. 먹방은 200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먹방의 인기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바쁜 일정으로 인해,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또는 마땅히 같이 식사를 할 가족이나 친구가 없어서 혼자 식사를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혼밥족’이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먹방을 보며 실시간으로 온라인 채팅을 하면서 마치 여러 사람들과 식사를 함께 하는 듯한 위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측면에서 먹방은 혼밥족에게는 큰 위안이 되는 순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다만 문제는 일부 먹방에서 보기 민망할 정도로 과식이나 폭식을 한다든지, 고지방 고열량 식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건강치 못한 식단이나 식습관을 전파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최근 서울대병원 윤영호 교수 연구팀은 국민 1200명을 대상으로 방문 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우리 국민들 중 약 64%가 먹방 시청이 건강 습관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하였고, 전체 응답자의 51.4%는 먹방 규제가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사실 일부 먹방에서 많이 나오는 폭식이나 고지방, 고열량 식사가 비만을 유발하고 건강에 위협이 된다는 연구는 무수히 많다. 비만, 심혈관질환, 당뇨병, 위장질환 등 과식으로 인해 유발되는 병들은 매우 많다.

또 다른 문제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먹방을 시청하면서 자신이 좋아하거나 인기 있는 연예인이 마구 먹어대면 아무 거리낌 없이 그 연예인을 모방해 먹고 싶어 하게 되는 심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청소년층에서 더 강하다.

최근 OECD(OECD Health at a Glance 2017)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자 소아청소년의 비만율은 OECD 평균보다도 높게 나왔다. 더욱이 비만 남자 소아청소년 수가 빠르게 증가(연평균 3.8%)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통계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들 소아청소년들이 성인이 됐을 때는 비만 인구가 엄청나게 늘어 국가적 재난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만은 고지혈증, 지방간, 당뇨병,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 심지어는 암까지도 유발한다. 가뜩이나 성인의 비만유병률이 2005년 31.3%에서 2016년 34.8%로 늘어난 상황이다. 여성 비만율은 줄었지만 남성 비만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비만으로 인한 의료비 등 사회경제적 비용도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10년 새 2배 가까이 늘어 2015년 9조2000억원에 달했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할 때, 많은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먹방이 국민들에게 즐거움이나 위안을 줄 수 있다지만 그 인기만큼 우리 국민들의 식습관이나 식품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다시 말해 상식에 크게 벗어나는 극단적인 폭식이나 과도한 고지방 고열량 식사 문제에 대한 신뢰할 만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대중매체에서 흡연이나 과음 장면이 나오지 않도록 그리고 자살보도에 대해서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처럼 건강을 해칠 수 있는 고지방 고열량 식사나 과도한 폭식 장면에 대해 방송매체가 자율적으로 자정·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이 필요할 것이다.

먹방의 인기를 지켜가면서, 또 그 먹방이 우리 국민들의 건강한 식생활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건강한 먹방을 위한 관심과 노력이 많아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아울러 국민 모두가 걷기 운동 등 신체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기를 바란다.

강재헌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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