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강준구] 장하성이 실패한다면 기사의 사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문재인정부에 혜성같이 등장한 인물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홍장표 전 경제수석이 국제노동기구(ILO)의 임금주도성장을 한국식으로 개편한 것이었다. 문 대통령의 혁신성장 정책의 틀은 김현철 경제보좌관이 뿌리를 만들었다. 정치·사회 등 나머지 분야 대선 공약은 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이 주도한 대선 싱크탱크 ‘국민성장’에서 조직화했다.

2012년 대선 이후 5년간 뜻 맞는 학자들이 모여 문 대통령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공부를 했다. 문 대통령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곳을 찾아 정책을 배우고 공약을 다듬었다. 지난 5년간 문 대통령의 정책을 매만진 사람만 수백 명이나 된다.

하지만 청와대 정책 컨트롤타워에는 ‘안철수의 사람’인 장 실장이 깜짝 발탁됐다. 문 대통령은 한 지인에게 “그동안 장 실장의 책을 여러 권 읽었는데 나의 정책 방향과 가장 일치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고 한다. 장 실장은 저서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서 고도의 경제 성장 이면에 왜곡된 고용시장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임금 격차와 소득 불평등을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불평등은 혁명적 변화 없이는 바로잡기 어려울 정도로 구조화됐다”고 일갈하고 우리 사회의 재벌 공포증, 재벌 집착증 해소를 강도 높게 주문했다. 장 실장은 여러 차례 고사했지만, 문 대통령의 전화를 받은 뒤 결국 정책실장직을 수락했다. 대선 캠프와 여당에 지분이 없는 장 실장은 이렇게 혈혈단신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장하성 정책실’의 화두는 ‘다수의 행복’이라고 한다. 그리고 다수의 행복을 위해 희생되는 사람이 없도록 사각지대를 살핀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피해보는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위해 일자리 안정자금을 도입한 것을 청와대는 주로 예로 든다.

하지만 ‘장하성의 1년’은 좌충우돌이었다고 보는 게 맞겠다. 행정 경험이 없는 장 실장은 정책실 산하 수많은 공무원을 대하는 데 서툴렀다. 일자리 안정자금 드라이브를 위해 현장 방문도 나섰지만 ‘무슨 정책실장이…. 그런 일은 공무원이 하는 것’이라는 내부 비판도 받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의 불화설로 ‘3중 충돌’이란 용어도 회자됐다. 분배 대 성장, 청와대 대 부처, ‘어공’(어쩌다 공무원·장하성) 대 ‘늘공’(늘 공무원·김동연)이란 뜻이다. 국민에게 정책 혼선으로 비치자 청와대도 칼을 뽑았다. 홍장표 경제수석과 반장식 일자리수석이 전격 교체됐다.

더 아픈 것은 문 대통령 지지층의 비판이었다. 지난 1년간 별다른 개혁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이유다. ‘우리가 알던 장하성과 김상조가 아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재벌·금융 개혁을 소명으로 갖고 있는 장 실장에겐 더없이 뼈아픈 칼날이었을 것이다.

마타도어도 많았다. 올 들어 금융기업 등 민간 분야에서 장 실장 책임론이 터져 나왔다. 장 실장이 추천했던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이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으로 옷을 벗으면서 정점을 찍었다. 앞뒤가 다른 말도 많았지만 청와대 개편 시기를 맞아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장 실장의 거취가 청와대 2기 개편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 대통령의 결정은 재신임이었다. 관료 장악력이 높은 윤종원 신임 경제수석을 발탁했다. 장 실장과 호흡이 좋았던 정태호 정책기획비서관은 일자리수석으로 승진 보임했다. 의욕은 많았지만 정책 실행에 서툴렀다는 평가를 받았던 장 실장에게 행동력을 보강했다는 해석도 있다.

문 대통령은 사람을 쉽게 바꾸지 않는다. 장 실장은 문 대통령이 직접 춘추관에서 임명을 발표한 몇 안 되는 사람이다. 성장 위주 경제정책이 무효한 상황에서 소득주도성장을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한편에서 크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면 국정 동력이 높은 2년차 안에 성과를 내야 한다. 장 실장의 실패는 소득주도성장의 실패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강준구 정치부 차장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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