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이흥우] 모란공원 기사의 사진
진보주의자 노회찬 의원이 지난달 23일 운명했다. 그리고 닷새 뒤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씨가 별세했다. 두 사람의 유해는 시차를 두고 민주화 동지와 먼저 간 아들이 묻힌 경기도 남양주 모란공원에서 영면에 들었다.

모란공원은 1966년 조성된 국내 첫 사설 공동묘지다. 그러다 1970년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전태일 열사가 이곳에 묻히면서 오늘의 ‘민주화 성지’ 기틀을 다졌다. 전태일은 박정희 정권이 묘를 서울에서 가까운 곳에 쓰지 못하게 해 이곳에 묻혔다.

그 후 박정희·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에 저항하다 희생된 이들이 전태일 곁에 잠들고 싶다고 모여들면서 모란공원은 사설묘지임에도 불구하고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 버금가는 민주화 성지라는 별칭을 얻었다. 2011년 12월 고문 후유증으로 생을 마감한 김근태 의원이 국립 대전현충원을 마다하고 모란공원에 묻힌 일화는 유명하다.

이곳에는 천수를 다하지 못한 안타깝고 억울한 주검들이 유독 많다. 전태일을 비롯 중앙정보부에서 조사를 받다 의문사한 서울대 교수 최종길, 신민당사 농성 중 경찰 과잉진압으로 숨진 YH 여공 김경숙,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며 분신한 구로공단 노동자 박영진, 경찰 고문으로 숨진 서울대생 박종철, 광주학살 주범 처단을 요구하며 분신한 숭실대 인문대 학생회장 박래전과 용산참사 희생자 등등.

‘…스스로 몸을 바쳐 더욱 푸르고 이슬처럼 살리라던 맹세는 더욱 가슴 저미누나. 의로운 것이야말로 진실임을, 싸우는 것이야말로 양심임을 이 비 앞에 서면 새삼 알리라.…’ 모란공원 민주열사 묘역에 세워진 추모비 내용의 일부다. 정치인 노회찬이 걸었던 길을 말해주는 듯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인데 순수한 그는 순간 그걸 잊고 정치브로커의 덫에 걸렸다. 노 의원이 고교 시절 작곡했다는 ‘소연가’는 서정주의 시 ‘머리에 석남꽃을 꽂고’에 곡을 붙인 것이다. 그가 시의 소재가 된 전설 속 주인공 최항이었으면.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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