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임성빈] 여가, 휴가, 그리고 쉼 기사의 사진
여가는 원래 무엇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의미한다. 자유로서의 여가는 꼭 무엇을 하여야 한다는 의무감으로부터의 벗어남을 말한다. 여가를 즐긴다는 말은 책을 읽는다든가 음악회나 미술관을 찾는 등의 문화 활동을 뜻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스포츠나 낚시와 등산 등을 포함한 레크리에이션 활동, 텔레비전을 시청하거나 영화감상을 하는 등의 대중문화를 즐기는 것도 여가활동에 속한다. 친구나 친지들을 찾아가 만나는 것, 요즘 유행하는 ‘소확행’을 즐기는 것도 모두 여가활동에 속하는 행위들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들이 진정한 여가활동이 되려면 자신의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행위가 되어야 한다. 자발적이며 즐겁고 만족스러운 행위가 되어야 여가를 즐겼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여가는 자기 자신이 하나의 인격으로 발달하기 위하여 필요한 ‘쉼 혹은 중단’을 뜻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기억함도 필요하다.

여가와 휴가, 그리고 쉼의 의미를 생각할 때, 오늘날 우리가 얼마나 왜곡된 여가관에 물들어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사실 우리는 상업주의적 소비주의에 갇힌 문화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우리 집도 이번 여름에는 유명 휴양지를 가야지’ ‘올해는 우리도 해외에 한 번 나가 봐야지’ 등의 휴가 계획은 전혀 자유로운 선택이 아니다. 이런 식의 선택은 진정한 쉼과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휴가의 목적과도 거리가 멀다. 경제적 부담과 육체적 피곤함만을 남길 뿐이지 진정한 자아 발견이나 즐거움과 만족스러움을 줄 수도 없다.

그렇다면, 참된 여가란 무엇일까. 성경은 진정한 여가는 창조의 하나님이 몸소 모범을 보이신 안식으로부터 시작됨을 증거하고 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이 땅을 잘 돌보라는 노동의 명령을 주신 것뿐만 아니라 쉬라는 명령도 주셨음을 기억해야 한다. 따라서 진정한 여가의 시작은 쉼이지만 그것에서 그치는 것은 아니다. 하나님이 허락하시는 삶의 질을 확보하기 위한 여가 활용은 세상문화에 대한 성찰을 필요로 한다. 신앙적인 눈으로 보는 여가는 소비문화적 휴가와 쉼을 넘어서야 한다. 그것은 인간 삶의 회복을 의미한다. 예배가 그러하듯이 진정한 여가와 휴가, 또한 쉼은 우리로 하여금 이 세상적인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나를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진정한 여가, 쉼과 휴가는 두 가지를 통해서 이루어질 수 있다. 그 하나는 신앙인의 자유 속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이는 사도 바울의 “어떠한 형편에든지 내가 자족하기를 배웠노니…”(빌 4:11하)라는 고백과 맥을 같이 한다. 참된 여가는 우리 삶의 형편이 어떠하든지 나름대로 그 안에서의 쉼과 평화를 맛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두 번째로 여가는 우리로 하여금 진정한 자아를 발견할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서 여가란 자발적이면서도 창의적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목적을 향하여 의미 있게 참여함을 뜻한다. 그런 자발적 참여는 기쁨을 동반한다. 특별히 그리스도 안에서의 풍성한 삶을 향한 자발적 참여는 우리를 사랑과 나눔의 삶으로 이끈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향한 자발적이면서도 창의적인 참여는 우리를 진정한 기쁨의 세계로 인도한다.

신앙인들은 진정한 나의 발견이 나를 지으시고 지금도 돌보아 주시는 우리 아버지 하나님 안에 머물 때에 가능한 것임을 알고 주님 안에서의 여가를 꿈꾸고 찾아야 할 것이다. 참으로 무더운 2018년 여름이다. 역사적 폭염으로 인해 생존을 위협받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자신의 쉼과 회복을 위한 휴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신앙은 자신을 넘어 이웃을 보게 한다. 폭염 속에 쪽방촌 등의 취약지구를 찾아 다양한 봉사로 섬기는 신앙인들은 신앙적 여가활동의 모범을 보여준다. 2018년의 여름은 자유롭게 자신됨을 회복하는 여가로서의 휴가와 쉼을 찾는 우리가 되길 소망한다. 나눔과 섬김, 사랑을 통하여, 그리고 진정한 자유로움은 오직 진리 안에서 주어지는 것임을 기억하면서.

임성빈 장로회신학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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