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라동철] 증세와 재정지출 확대로 활로 찾아야 기사의 사진
한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어둡다. 산업생산, 설비투자, 고용, 기업경기실사지수, 소비자심리지수 등 주요 경제지표들이 줄줄이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와 주요 기관들은 잇따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 후반대로 하향 조정했다.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었고 수출 증가세까지 둔화되면서 침체가 본격화될 것이란 진단도 흘러나온다.

경기 침체의 원인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재계와 보수 야당 등 일각에서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서 원인을 찾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외환위기 이후 확대되어 온 신자유주의 정책에 책임을 돌렸다. 양측 모두 보고 싶은 면만 본 것 같다.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오랫동안 누적된 구조적인 문제에 단기적인 요인들이 겹쳐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단기적인 요인으로는 조선·자동차·철강 등 주력 산업의 업황 부진, 미·중 무역전쟁과 국제유가 인상 등 대외 여건 악화,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주52시간 근로 시행의 충격 등을 꼽을 수 있다. 구조적인 문제로는 저출산·고령화 심화, 생산가능인구 감소, 새로운 성장동력 미확보 등을 들 수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의 고착화와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소득 격차 확대도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간한 ‘한눈에 보는 기업가정신 2017’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대기업이 전체 부가가치의 56%를 창출하지만 고용 비중은 12.8%에 불과하다. 최근 2년간 100대 대기업들의 매출은 5% 늘었지만 고용 인력은 오히려 2.7% 줄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심각한 수준이다. 중소기업(10∼19인) 노동자의 임금은 대기업의 41.3%에 불과하다. 외환위기 전에는 80% 수준이었는데 20년 만에 이렇게 격차가 확대됐다.

국내 30대 그룹은 사내유보금이 883조원나 되는데도 투자와 고용에는 인색하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투자에는 소극적이면서 골목상권까지 잠식해 영세 자영업자들을 한계선상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좋은 일자리는 줄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수익성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제 성장의 과실이 대기업 등에 집중되고 중소기업과 가계로는 흘러내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바로잡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경제 주체 간 소득 격차 완화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민간의 고용 창출 여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보육, 교육, 의료, 요양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늘리는 게 해법이 될 수 있다. 삶의 질을 높이고, 성장 잠재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분야인 만큼 정부가 적극 주도해야 한다. 한계기업이나 소상공인이 경쟁에 밀려 시장에서 퇴출되면 직업훈련 등을 통해 재취업으로 유도하는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를 잃어도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하며 재기를 모색할 수 있도록 사회안전망을 확충하는 것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증세를 통해 정부의 재정 여력을 확보해야 한다. 최근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의 세 부담은 덜어주고 지원은 확대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마련했는데, 소득재분배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증세에는 너무 조심스러운 태도여서 아쉽다. 종합부동산세 인상 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 확대도 제외됐다.

고용 없는 성장과 소득 양극화로 동맥경화에 빠진 우리 경제의 활로를 찾기 위해서는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 전환을 해야 한다. OECD는 지난 6월 발표한 ‘2018 한국경제보고서’를 통해 우리 정부에 재정지출 확대와 이를 위한 증세를 권고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 대비 세수가 적다며 세금감면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세수기반을 확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라동철 논설위원 rdchul@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