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 밀알에서 기적으로] 갈 곳 없는 장애청년들 꿈의 직장… 자립 희망이 자란다

(8) 장애인 고용 창출 굿윌스토어

[장애인 복지, 밀알에서 기적으로] 갈 곳 없는 장애청년들 꿈의 직장… 자립 희망이 자란다 기사의 사진
지적장애 2급인 김동혁씨가 지난달 27일 서울 굿윌스토어 밀알송파점 상품화 작업장에서 매장에 진열될 제품을 검수하고 있다. 밀알복지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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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 마천로에 위치한 굿윌스토어. 지난달 27일 찾은 이곳엔 오전부터 매장을 방문한 동네 주민들로 붐볐다. 1층 매장을 뒤로한 채 2층으로 올라가자 ‘상품화 작업장’이란 팻말과 함께 파란색 조끼를 입은 직원 30여명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쪽에선 물류·잡화팀 담당 김경희(56)씨와 김동혁(26·지적장애 2급)씨가 제품을 매장 진열대로 옮기기 전 최종 검수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이 가방은 안쪽과 손잡이는 상태가 좋은데 고리가 많이 녹슬었네. 동혁군, 폐기하는 게 나을 거 같지 않아?”

“그러네요. 폐기 체크합니다.”

“이건 전반적으로 양호하다. 1만9000원. 조금 전 파랑색은 5000원이면 충분해.”

“알겠습니다. 가격표 부착합니다.”

경희씨가 뜯어지거나 색이 바랜 곳은 없는지 구석구석을 살핀 뒤 가방을 건네자 동혁씨는 가격 바코드가 찍힌 스티커를 떼어 능숙하게 부착했다. 가격표를 단 제품이 커다란 박스에 차곡차곡 쌓일 때마다 동혁씨의 노트엔 당일 작업이 완료된 제품 개수가 ‘바를 정(正)’자로 표시됐다.

두 사람은 굿윌스토어 밀알송파점에서 베테랑 파트너로 통한다. 경희씨는 2011년 5월 개점 당시 창립 멤버로, 동혁씨는 이듬해부터 일을 시작해 7년차 직원이 됐다. 굿윌스토어에서 사회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딘 동혁씨에게 이곳은 직장을 넘어 특별한 공간이다. 7년 전 직업훈련을 받고 처음 선물포장 작업에 투입됐을 때만 해도 실수투성이였지만 특유의 긍정 마인드로 다른 장애인들이 어려워하는 일까지 적극적으로 배우려고 나섰다. 2016년엔 동료 직원들의 추천을 받아 ‘송파구 올해의 장애인상’을 수상했다. 동료들이 부르는 별명이 있느냐는 질문에 동혁씨는 “언젠가부터 일을 척척 잘한다는 뜻으로 ‘로봇’이라 불린다”며 활짝 웃었다.

경희씨는 “동혁군은 한번 머리에 입력된 건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직무 이해도가 ‘넘버원’”이라고 치켜세웠다. 또 “같이 일하는 동료가 기침하면 괜찮은지 거듭 물어보고 챙기는 ‘배려의 아이콘’”이라며 “비장애인인 내가 감동받을 때가 많다”고 자랑했다.

장애인 근로사업장인 굿윌스토어는 밀알복지재단(이사장 홍정길 목사)이 사회 진출을 앞둔 장애인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곳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은 모두 74명. 전 직원의 70%가 넘는 52명이 장애인이다. 그중 중증장애인이 51명을 차지한다. 장애아동을 위해 밀알학교를 설립하고 운영해 오던 재단은 졸업 후 갈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성인기 장애인들의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굿윌스토어를 시작했다.

굿윌스토어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을 결합한 재활용품 판매장이다. 재사용 가능한 물품을 기증받아 판매 수익으로 장애인을 고용한다. 공개채용으로 선발된 장애인 근로자들은 기증받은 물품을 손질해 상품화하고 매장에서 판매하는 일을 하며 최저임금 기준에 맞춰 시급형태로 급여를 받는다.

근무환경은 장애인 근로자를 중심으로 조성된다. 직업훈련 결과에 따라 직무에 가장 적합한 업무가 배정되고 업무 간 조정도 수시로 이뤄진다. 퇴근시간인 평일 오후 5시 이후엔 미술·상담 치료를 받을 수 있고 체육, 트레킹 등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된다. 매달 우수 직원을 선정해 특별 보상을 하고 연말엔 최우수 직원에게 상금 100만원을 수여한다. 연 1회 2박3일간 국내외에서 진행하는 한마음캠프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직원은 물론 장애인 가족들도 손꼽아 기다리는 시간이다. 굿윌스토어가 장애인들 사이에서 ‘꿈의 직장’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최고봉’으로 불리는 이유다.

재단은 밀알송파점 외에 도봉점 전주점 구리점까지 4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송파점은 월 매출액이 1억3000만원(2017년 기준)에 달한다. 개점 당시 38명이던 장애인 근로자도 52명으로 늘었다.

정형석 밀알복지재단 상임대표는 “장애인에게 일자리는 소득의 수단을 넘어 사회참여의 방법이자 자립 실현으로서 큰 의미를 갖는다”며 “더 많은 장애인이 자립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전국에 100개의 굿윌스토어를 설립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1670-9125, time-miralgoodwill.org).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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