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현길] 한·일 축구의 디커플링 기사의 사진
한국과 일본은 축구에 있어 강력한 라이벌이지만 닮은 점도 많다. 일단 월드컵 성적이 그렇다. 2002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은 4강 신화를 썼고 일본 역시 목표였던 16강 진출을 이뤘다. 2006 독일월드컵 이후 세 번의 월드컵에서 두 나라는 나란히 16강 탈락-진출-탈락의 성적표를 받았다. 2010년엔 원정 첫 16강 진출의 기쁨을 함께 누렸고, 2014년엔 1무 2패로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같이 겪었다.

대표팀 감독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두 나라는 2002년 이후 2010년까지 세 차례 월드컵에서 외국인, 외국인, 자국인 감독을 기용했다. 2014년은 한국이 자국인(홍명보), 일본이 외국인(자케로니)으로 갈렸지만 올해 러시아월드컵은 모두 외국 감독 하차 후 지휘봉을 잡은 자국 감독으로 치렀다.

동조화(커플링) 현상을 보였던 두 나라는 올해 러시아월드컵 이후 엇갈리고 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국내파 감독으로 원정 두 번째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성적 차이는 감독 선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은 지난달 26일 국내파인 모리야스 하지메 올림픽 대표팀 감독의 A대표팀 겸임으로 결론지었다. 일본축구협회가 선수와의 소통에 실패한 할릴 호지치 감독을 반면교사 삼아 월드컵 전부터 ‘일본인, 그에 준할 정도로 일본을 이해하는 사람’으로 방침을 정했다지만 성적의 뒷받침 없인 힘든 일이다.

한국은 7월 말 신태용 감독의 계약 기간 만료 후 전임 사령탑이 공석이다. 김판곤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은 신 감독을 배제한 건 아니라고 했지만 16강 진출 실패로 외국 감독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014년 월드컵 이후와 마찬가지로 국내외 언론을 통해 여러 감독이 하마평에 올랐다 내렸다 하는 지난한 상황을 되풀이하는 중이다.

모리야스 감독은 1993년 10월 28일 ‘도하의 비극’ 현장에 있었다. 그는 1994 미국월드컵 최종 예선 이라크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동점골을 내주며 월드컵 티켓을 놓칠 때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다. 같은 경기를 한국은 ‘도하의 기적’으로 기억한다. 당시 한국은 기적처럼 티켓을 확보했지만 ‘한 수 아래’로 봤던 일본에 0대 1로 패하며 벼랑 끝에 몰렸다. 그 이후 한국은 일본을 얕잡아볼 수 없게 됐다. 러시아월드컵은 일본이 한국보다 월드컵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낸 첫 대회다. 훗날 이번 대회가 두 나라 축구 실력을 재평가하는 또 다른 전환점으로 기억되지 않길 바란다.

김현길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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