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묻다] 수술 안하고 판막 교체하는 TAVI 시술 ‘인기’ 기사의 사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명기 교수(왼쪽 두 번째) 팀이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으로 돌연사 위험이 높아진 82세 환자의 대동맥판막을 인공판막으로 바꿔주는 TAVI 시술을 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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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신촌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홍명기(사진) 교수는 해외에서도 심장혈관 치료 분야 실력자로 인정받는 심장질환 중재시술 전문가다. 좁아지고 막힌 심장혈관을 넓히고 뚫어주며 손상된 판막을 교체해주는 중재시술 분야에서 많은 임상 및 연구 업적을 쌓아온 덕분이다.

홍 교수는 연세의대 졸업 후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에서 인턴 및 전공의 과정을 이수하고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1996∼2008년)를 거쳐 2009년부터 세브란스병원에서 다시 일하고 있다. 1997년에는 세계 중재시술 분야를 선도하던 미국 워싱턴 호스피털 센터에서 각종 중재시술 기법을 연마했다.

홍 교수는 요즘 매일 오전에는 심장혈관 중재시술 및 경피적 판막치환술(TAVI)을 시술하고, 외래진료는 월·목·금요일 오후에만 본다. 홍 교수팀의 심장혈관 중재시술 건수는 월평균 125건씩, 연간 1500건 내외다. 최근 10여 년간에는 TAVI 시술에 집중, 6월 말 현재 200건을 돌파한 상태다. 그동안 관련 논문 약 370편을 국제 학술지에 발표했다.

홍 교수에게 고령화 사회의 가속화와 함께 계속 증가하는 고령층의 판막질환은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은지 물어봤다.

판막은 심실과 심방 사이 관문 역할

심장은 하루 10만 번의 수축과 이완 운동을 통해 온몸으로 약 7000ℓ의 혈액을 순환시킴으로써 우리의 생명을 유지시켜주는 기관이다. 심장은 각각 두 개씩의 심방과 심실로 구획돼 있다.

심장으로 들어온 혈액은 이들 4개 구획을 경유하게 되는데, 일정한 경로를 따라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 이렇듯 심장 안에서 정해진 길을 따라 피가 흐를 수 있도록 각 구획, 즉 심실과 심방 사이에서 문지기 역할을 하는 조직이 심장판막이다. 판막은 또한 심장근육의 수축과 이완으로 생긴 압력 차로 열리고 닫힌다.

판막질환은 왜 생길까. 류머티즘성 심내막염과 선천성 판막기형이 있긴 하지만, 무엇보다 노화가 가장 큰 위험인자로 꼽힌다. 홍 교수는 “초고령사회에 근접할수록 퇴행성 판막질환자 수가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60세 이상 인구 중 8%가 판막 이상 겪어

가장 흔한 것이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 위치한 대동맥판막 이상, 좌심실과 좌심방 사이에 위치한 승모판막 이상이다. 아무래도 심장이 수축이완 박동을 통해 온몸에 혈액을 뿌려주는 일을 하는 관계로 판막손상 위험 역시 높아지기 때문일 것으로 여겨진다.

발생률은 대동맥판막 이상이 제일 높다. 60세 이상 인구의 약 8%가 대동맥판막질환(대동맥판막협착증)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노화에 의한 염증과 칼슘 성분 침착으로 대동맥판막이 두꺼워지고 딱딱해지면서 판막 개폐로 열리고 닫히는 구멍이 점차 좁아지는 병이다.

이렇게 되면 좁아진 판막 구멍으로 빠져나가지 못하는 혈액이 생기게 되고, 이 때문에 좌심실 내부 압력이 높아져 좌심실 자체가 커지며(심장비대증) 굳어버린다. 그 결과 좌심실의 혈액 분출 능력도 갈수록 떨어진다.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가슴이 아픈 이상 증상도 겪는다.

홍 교수는 “나이가 들면 으레 숨이 차고 가슴도 아픈 것이려니 생각해 참고 견디다가 뒤늦게 심각한 상태의 대동맥판막협착증 진단을 받는 노인들이 많다”며 “70세 이상 고령자가 평소 숨이 많이 차고 가슴까지 아프다면 절대 가볍게 여기지 말고 병원을 방문,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판막 이상은 전문의가 심장 부위에 청진기만 대 봐도 알 수 있다. ‘쉬익, 쉬익’ 하며 바람 새는 소리(판막잡음)가 마치 천둥치듯 크게 들리게 되기 때문이다.

허벅지 대동맥 통해 도관 넣어 인공판막 붙여줘

이런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치료하려면 손상된 판막을 바꿔줘야 한다. 이른바 대동맥판막치환술이다. 가슴을 여는 개흉수술법과 비수술적으로 허벅지 동맥을 타고 들어가 판막을 바꿔주는 중재시술법, 즉 TAVI가 있다.

2002년 프랑스 의료진이 처음 선보인 TAVI는 죽상동맥경화로 좁아지고 막힌 심장혈관을 수술하지 않고도 재개통시켜주는 ‘경피적 스텐트 삽입술’과 유사한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환자의 허벅지 대퇴동맥을 통해 치료용 도관(導管·카데터)을 밀어 넣어 손상된 판막 위에다 새로운 인공판막을 붙여주는 방식이라서다.

TAVI 시술 중 혈관천공에 의한 대량출혈 등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곧바로 심장혈관외과(흉부외과) 전문의를 투입, 개흉 심장수술로 전환한다.

홍 교수팀은 한 공간에서 두 치료법(개흉수술법과 TAVI)을 자유로이 전개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수술실을 운영하고 있다. 흉부외과 심장수술팀, 심장영상의학과, 심장마취과 교수들과도 다학제 협진 회의를 통해 수시로 손발을 맞추고 있다.

75세 이상 고령 중증 질환자가 대상

물론 모든 심장혈관 문제를 TAVI 시술로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TAVI 시술에도 몇 가지 넘어야 할 걸림돌이 있다.

첫째, 인공판막의 수명이 10∼15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70세 이전에 TAVI 시술을 받으면 사는 동안 1∼2회 더 받아야 하는 경우가 일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세계 의학계가 TAVI 시술 대상을 75세 이상의 판막질환자로 한정하도록 권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홍 교수팀은 이보다 훨씬 더 높고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TAVI 시술을 하고 있다. 2011년 7월 첫 시술에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시술 환자 200여명의 평균연령은 82세다. 대부분 고혈압, 당뇨, 콩팥질환 등 전신질환을 동반한 경우였고 신체 구조상 수술이 까다로운 환자도 많았다.

둘째, 환자와 가족이 부담해야 할 비용도 살펴야 할 대목이다. TAVI는 아직 국내에서 건강보험급여 적용이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공판막 재료대(3000만원)의 20%에 대해서만 건강보험 급여혜택을 줄 뿐이다. 값싸고 질 좋은 인공판막 개발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보건당국의 정책적 배려가 시급한 이유다.

홍 교수는 “병원 차원에서 경제적으로 몹시 어려운 환자에게 일부 진료비를 지원해주고 있으나 한계가 있다. TAVI 시술만이 유일하게 살 길인 환자만이라도 건강보험 완전급여 혜택을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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