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잊은 봉사 현장] 배고프지 않게 복음까지 맛있게 전합니다

서울 금란교회 ‘양선공동체’

[폭염 잊은 봉사 현장] 배고프지 않게 복음까지 맛있게 전합니다 기사의 사진
서울 금란교회 양선공동체 회원들이 지난 2일 오전 주방에서 음식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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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팬을 잡은 손놀림 한 번에 꽈리고추가 빙글 원을 그리며 떨어진다. 바로 옆에선 요란한 소리와 함께 제육볶음을 볶는다. ‘훅’ 하고 가스레인지에서 솟아오르는 불길에 왼쪽 뺨에는 땀방울이 흐른다. 주방 한쪽에선 보기 좋게 썰린 오이들이 양념과 함께 버무려진다.

지난 2일 오전 9시. 서울 중랑구 금란교회(김정민 목사)의 주방 풍경이다. 주일도 아니지만 주방에는 6명의 성도가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들은 교회 내 모임인 ‘양선공동체’ 회원들이다. 양선공동체는 지난 3월부터 일주일에 2번씩 인근 경기도 구리 지역의 장애인 자활사업장 직원 30여명에게 반찬을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

공동체를 이끌고 있는 나삼열 목사는 “올해 초 교회 안에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하자’는 건의가 있었다”며 “10개 공동체에서 거리 청소를 하거나 폭염대피 천막을 설치하는 등 각자 다른 방식으로 봉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성도들에게 30도를 훌쩍 넘는 폭염에도 봉사하는 이유를 묻자 “감사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음식점을 운영하는 이상순(66·여) 장로는 봉사하는 날이면 아침 6시 마장동 재래시장에서 식재료를 공수한다. 제육볶음을 만들고 있던 이 장로는 “일주일에 두 번 새벽 장을 보는 건 어렵지 않다”며 “저렴한 가격으로 반찬을 공수하면 공동체 예산도 아낄 수 있고 좋은 재료로 만든 음식을 나눌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닦았다.

자영업을 하고 있는 이영숙(55·여)씨는 휴가 첫날을 반납하고 봉사에 나섰다. 빨간 고무장갑을 낀 이씨는 “이웃을 도울 수 있으면서 쉴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감사하다”며 “내가 가진 능력으로 남들이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게 뿌듯하다”며 오이소박이를 담갔다.

양선공동체 성도들은 점심시간 직전 가장 바쁘게 움직인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까지 구리 사노동 인근에 위치한 장애인 자활업체 3곳에 반찬을 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구리 YMCA는 지역 장애인 노동자들의 자립과 자활을 위해 가구공장과 전자제품공장, 택배 상하차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업체에서는 각각 10여명의 장애인이 일하고 있다.

공장 직원들은 마감 기한을 맞추기 위해 바쁜 와중에도 성도들을 반겼다. 잠시 작업장에서 나와 성도들의 어깨를 만지며 고마움을 표시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공장 직원 이상원(65)씨는 “마감 기한을 맞추려고 밥 대신 라면을 먹는 날이 더 많았다”며 “교회에서 반찬을 갖다 주시니 밥 문제가 해결됐다”고 말했다.

양선공동체 회원들은 장애인 노동자들이 서서히 마음을 열어주고 있어 감사하다고 했다. 한 회원은 “두 달 전만 해도 반찬을 식탁 위에 올려놓으면 의아하게 보는 시선이 많았다”면서도 “최근에는 ‘조심히 가세요’라며 악수를 청해오는 분도 있다”고 귀띔했다.

나 목사는 “복음을 전하는 방법 중 하나는 꾸준하게 지역사회를 감동시키는 것”이라며 “교회가 지역의 어려운 이들을 돌보는 것이 선교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사진=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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