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성규] 끝나지 않은 메탄올 중독사건 기사의 사진
직업병 문제는 2년 전 우리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됐다. 휴대전화 부품을 납품하던 업체의 20대 초반 근로자들이 갑자기 시력을 잃었다. 휴대폰 케이스를 만드는 업체에서 메탄올이라는 화학물질을 사용하며 제대로 된 환기 시설이나 보호구 없이 작업하다 중독된 것이었다. 메탄올은 액체를 마셔 소화기로 흡수되면 시신경에 손상을 입어 시력을 상실한다. 이번처럼 공기 중에 기화한 메탄올을 호흡기로 흡입해 중독을 일으키는 사례는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만큼 많은 양의 물질을 사용했다는 얘기다.

시력을 잃은 근로자나 그를 담당한 의사도 처음에는 메탄올 중독인줄 몰랐다. 갑자기 눈이 보이지 않아 병원에 갔고, 병원에서는 치료하기에 바빴다. 다행히 응급실에서 진료를 담당한 안과의사가 직업환경의학과 의사와 상의하면서 메탄올 중독임이 확인됐고, 전국 메탄올 취급 사업장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실태조사가 이뤄졌다. 만일 안과의사가 직업환경의학과 의사와 상의하지 않고 그냥 치료만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당사자는 갑자기 시력이 나빠진 것을 개인 질병으로 인지하고 자신의 불행을 탓하며 흘러가지 않았을까.

그런데 비슷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 지난 5월 인천의 한 도금 사업장에서 입사 3주밖에 안 된 스물세 살 청년이 아침에 출근해 작업을 시작한 지 30분 만에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구급차를 통해 응급실에 이송되었는데 이미 저산소증으로 뇌사 상태에 빠졌고 며칠 후 사망했다. 화학물질 노출 여부를 묻는 의사에게 회사 관계자는 신규 직원이라 허드렛일만 했기에 화학물질을 취급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 응급실에서는 그 환자의 상태와 혈액 소견이 이상해 메탄올 등 각종 화학물질 검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혈액에서 시안화물이 검출됐다. 시안화물은 소위 청산가리로 알려진 물질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가 포로 학살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소량만 흡입해도 치명적인 물질이다. 사용물질인 시안화나트륨은 산업안전보건법에서 관리대상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사업장은 환기설비를 설치하고 작업자는 호흡용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사망한 근로자의 경우 상태가 매우 위중해서 해독제를 투여해도 결과를 장담할 수는 없었지만 그나마 해독제를 투여해 볼 시간마저도 놓쳤다.

이 사고에서 만약 의사가 화학물질 중독을 의심하지 않고 검사를 의뢰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십중팔구 모르고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이 사건이 알려질 수 있었던 것은 필자가 근무하는 병원이 안전보건공단의 급성중독성질환 감시체계 사업에 참여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소규모 사업장의 화학물질 중독 문제에서 가장 심각한 대목은 과거에 얼마나 있었는지, 현재 어디에서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갑자기 실신하면 응급실로 이송되고, 그렇게 실려간 응급실에서는 치료에 집중한다. 임상의학과 직업환경의학의 연결고리가 없으면 환자의 질병이 화학물질 중독에 의한 것이라고 밝혀지기 어려운 현실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메탄올 사건 이후 ‘급성중독성질환 감시체계’가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감시체계 시범사업이 없었다면 이 근로자의 억울한 죽음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고 넘어갔을 것이다. 아니, 지금 이 순간에도 직업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 급성중독질환을 개인 질병으로 오인해 치료에만 열중하다 끝나고 마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을 것이다.

올해는 온도계를 만들던 공장에서 일하던 열다섯 살 문송면군이 수은 중독으로 사망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그동안 직업병 예방을 위해 많은 제도가 개선되고 시스템이 마련되었지만 아직도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근로자의 건강이 위협받고 있다. 정부는 제2, 제3의 메탄올 중독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급성중독질환 감시체계를 전국으로 확대해야 한다.

강성규 가천대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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