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충 털어놓으며 “그런데 아저씨는 누구세요?” 말 잘 들어주는 교회 아저씨입니다!

파라솔 상담사역하는 장상태 일산 좋은우리교회 목사

고충 털어놓으며 “그런데 아저씨는 누구세요?” 말 잘 들어주는 교회 아저씨입니다! 기사의 사진
장상태 일산 좋은우리교회 목사가 지난 1일 오후 상담 파라솔 앞에 서 있다. 장 목사는 일주일에 두 번 경기도 고양 화정역 광장에서 상담이 필요한 이들을 기다린다.
지난 1일 오후 3시, 경기도 고양 화정역 광장에 한 남성이 캠핑용 수레를 끌고 나타났다. 34도 넘는 땡볕에 잠시 서 있기도 힘든 날씨였지만 남성은 수레에서 파란색 파라솔을 펼쳤다. 지붕 아래 달린 현수막에는 ‘고민을 듣습니다(무료)’라고 적혀 있었다. 지나가던 시민들은 힐끗 현수막을 쳐다보기도 하고 광장을 크게 한 바퀴 돌기도 하며 이 남성을 유심히 쳐다봤다.

남자는 장상태(47) 일산 좋은우리교회 목사다. 2년 전부터 일주일에 두 번 화정역 광장에 나와 사람들의 고민을 듣고 있다. ‘거리 상담사’가 되어 만난 사람만 200명이 넘는다. 총신대(신학과)와 총신대 신대원을 졸업한 장 목사는 경기도 성남 야탑역 인근에서 처음 이 사역을 시작했다. 최근엔 새로 개척한 교회와 가까운 화정역으로 자리를 옮겨 파라솔을 펼치고 있다.

장 목사는 “고민이 있어 찾아온 사람들인 만큼 가만히 그들의 사연을 듣는다”고 했다. 파라솔을 찾는 상담자 중 상당수는 자살 위험에 노출돼 있었다. 그는 “집에서는 공부, 학교에서는 집단 따돌림에 시달리던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자살하고 싶다’며 찾아온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2시간 동안 아이의 사연을 들은 뒤 ‘어른들이 미안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복음을 전하는 순간은 상담자들이 고충을 모두 털어놓았을 때다. 장 목사는 “한 시간쯤 사연을 듣고 있으면 ‘그런데 아저씨는 누구세요?’라는 질문을 받는다”며 “목사라고 소개한 뒤 ‘나는 성경 이야기밖에 모르는데 들어줄 수 있냐’고 권하면 대부분 고개를 끄덕인다”고 했다. 이렇게 복음을 접한 상담자들은 “교회를 나가보고 싶은데 추천해 달라”며 먼저 물어본다고도 했다.

도움을 요청하는 이들을 위해 장 목사는 지역교회와 힘을 합쳐 도울 방법을 찾는다. 부모가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는 차상위계층 남성의 사연을 들은 뒤 인근 대형교회 사역자와 함께 복지서비스와 치료비를 얻을 방법을 찾았다. ‘친구가 없어 우울하다’는 고민을 털어놓은 30대 커리어 우먼에겐 열정적인 젊은 성도들이 많은 교회를 추천했다고 한다. 장 목사는 “힘든 이들에게 꼭 내가 섬기는 교회를 권할 필요는 없다”며 “이들을 가장 잘 회복시켜 줄 수 있는 교회를 추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장 목사는 이렇게 삶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도시라는 환경적 특성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도시는 개인이 파편화돼 존재하는 곳”이라며 “소외감을 느끼고 우울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교회가 도시에서 외로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끌어안는 사역을 하는 것은 성경의 가치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장 목사의 뜻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서울 동대문구와 경기도 부천 등지에서 상담사역을 하겠다는 목회자가 나타났다. 벌써 5번째 파라솔도 생겼다. 장 목사는 이들과 함께 ‘파라솔 미니스트리’라는 단체도 만들었다.

“사람들은 ‘기독교의 사명은 당신을 돕는 것’이란 말을 들을 때 가장 감동하더라고요. 어려운 사람들에게 말 잘 들어주는 교회 아저씨로 남고 싶습니다.” 장 목사는 오늘도 파란 파라솔 아래에서 사람들을 기다린다.

고양=글·사진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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