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하주원] 도박의 승자 기사의 사진
여러 연구에서는 도박 중독을 2∼4개 유형으로 분류하는데, 각각 이름도 다르고 분류방식도 조금씩 다르지만 결국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는 것 같다. 하나는 우리가 상상하는 도박 중독자에 가까운 사람으로서 승부사 유형이다. 대체로 10대나 20대 초반과 같은 젊은 시절부터 도박을 시작했으며, 충동적이고 도박에서 오는 승리 자체에 굉장히 쾌감을 느낀다. 도박을 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갈망이 심한 데다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같은 충동조절의 문제가 자주 동반되며 대부분 남성이라고 알려져 있다. 다른 유형도 있다. 현실에서의 불안이나 우울을 피하기 위해서 도박을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승부에 대한 쾌감보다는 도박을 통해 부정적 감정을 회피하는 데 중점을 두며 도박을 지속한다. 이 유형에는 여성이 많으며 갈망을 통제하는 것보다는 우울이나 불안을 치료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기도 한다.

유형을 나누는 것이 무색할 만큼 도박 중독에는 공통점이 많다. 도박에 빠질수록 조절하기 어렵고 잃은 것을 만회하려는 추격 도박을 하게 된다. 도박의 욕구나 그로 인한 빚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관계가 무너진다. 대부분 초반에 크게 따 본 경험이 각인되어 그 쾌감을 좇는 경우가 많은데 아쉽게도 다음에 같은 금액을 따 봤자 내성 탓에 처음만큼 기쁘지 않아 더 많은 금액을 베팅한다. 뇌의 보상회로가 단단히 고장 난 것이다. 뇌의 많은 영역을 차지하는 것도 아닌 그 회로의 고장은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다. 승리의 쾌감이 뇌의 보상회로에 새겨진 환자들이 다시 회복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간 도박 중독 공부를 위해 카지노, 토토 등 도박을 경험했으나 큰 승리 없이 대부분 잃었다는 점이 어쩌면 다행이다.

도박문제관리센터, 단도박 모임, 정신건강의학과 등에서 회복을 위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치유 과정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빚을 스스로 갚는 과정이다. 처음부터 누가 중독자가 될 생각으로 도박을 시작하겠는가. 시작은 가볍다. 게임이 계속될수록 승자는 카지노뿐이다.

하주원(의사·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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