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조준모] 군산, 말뫼에서 배워라 기사의 사진
지난달 말뫼를 방문했다. 자갈과 모래라는 뜻의 말뫼는 스웨덴 남서쪽 끝, 덴마크 코펜하겐을 바라보는 위치에 있는 제3의 도시다. 그곳에는 세계 최고 조선소였던 코컴스(Kockums)가 군림하고 있었다. 필수장비인 높이 328m의 골리앗 타워는 1972년 건립됐었다. 1980년대부터 스웨덴 등 조선 강국의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돼 1986년에 도산한 이후 16년간 방치돼온 골리앗 타워는 말뫼시 입장에서 흉물이 된다.

이에 수백억원의 해체 비용을 현대중공업이 지불하고, 2002년 1달러에 우리나라로 이전하게 된다. 그 자리에는 터닝 토르소라는 랜드마크 빌딩이 들어섰다. 이때부터 이와 연관된 이야기들이 우리나라에 돌게 된다. 한 가지는 ‘말뫼의 눈물’이다. 골리앗 타워가 팔려가면서 스웨덴 국영방송에서 장송곡을 틀고 국민들이 눈물을 흘렸다는 것인데, 오랜 기간 방치돼온 타워를 정리하면서 그 눈물 속엔 속 시원함도 담겨 있었을 것이다.

당시 해체를 본 코펜하겐 시민들이 ‘망했다’며 고소해 했다고 하는 전언도 사실이 아니다. 덴마크어로 ‘mange Tak’은 ‘thank you very much’로 말뫼와 경제공동체인 코펜하겐 언어에 대한 오해일 것이다. 말뫼의 눈물이라고 공연된 연극들에서 구조조정당한 근로자의 아픔이 그려지는데, 구조조정은 눈물 시점 16년 전이어서 시기상으로도 맞지 않는다.

또 하나의 괴담은 ‘말뫼의 저주’다. 골리앗 타워가 있는 도시는 20년마다 산업의 저주를 받아 눈물이 돌고 돈다는 것인데, 86년의 말뫼와 2016년 울산, 거제를 생각하면 그나마 그럴 듯은 하다.

그렇다면 왜 새삼 말뫼인가? 그건 군산이 처한 현실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물론 두 도시는 다른 점이 많다. 말뫼의 경우 94년부터 19년간 시장을 역임한 레팔루는 일찌감치 스웨덴 조선업에 글로벌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하고, 도시재생(City Regeneration)사업을 시작한다.

장기간 준비해 산학협력 차원에서 98년 싱크탱크로 말뫼 대학을 설립하고 코펜하겐-말뫼-룬드로 이어지는 외레손 벨트를 구축해 오늘의 식품산업단지 외레손 클러스터, 바이오제약 클러스터 메디콘밸리, IT창업지원 클러스터, 이볼루션 시티 구축의 토대를 형성했다.

산업 차원뿐 아니라 코펜하겐과 말뫼를 잇는 7.8㎞의 외레손 다리는 도시재생사업의 중요한 축이다. 이 다리는 30% 소득이 높지만 생활물가도 30% 높은 코펜하겐 주민들이 이주토록 해 말뫼시의 내수 활성화에 기여하게 된다. 지금도 말뫼 인구의 10%가 이 다리를 건너 코펜하겐에 근무한다. 장기 거주자는 통행세에 대한 소득공제를 받고 관광객들은 비싼 통행세를 낸다.

군산이 말뫼의 도시재생사업에서 배울 것은 정부가 장기 플랜을 갖고 꾸준히 노력해 왔다는 점이다. GM 군산공장의 경우 자동차 가치사슬(value chain·기업 활동에서 부가가치가 생성되는 과정)에서 이탈 조짐이 이미 예견됐고 2017년 가동률이 20%로 폭락했는데도 아무 대책 없이 GM과 산업은행만 바라보는 형국이었다. 특정 기업에 GM 공장을 떠안으라는 식의 저급한 정책은 적어도 말뫼에서는 없었다. 말뫼의 경우 미래의 글로벌 변화를 예견하고 준비해 왔고, 미래 첨단사업의 투자를 유치해 인근 국가와의 시너지 확보 차원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설계했다.

군산의 경우 자동차산업 차원에서만, 국토부의 도시재생사업은 주거환경 개선에만 초점을 두는 경향이 강하다. 산업과 주거 개선을 병행 추진한 말뫼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말뫼에서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점은 분명히 있다. 스웨덴 정부는 산업이 몰락하자 유럽 난민들을 말뫼 인근지역에 거주토록 했다. 난민 2세에서 이브라히모비치 같은 축구스타도 나왔지만 범죄율도 조금씩 높아졌다. 도시재생사업에는 산업4.0의 글로벌 트렌드와 외국인 거주정책도 함께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이다.

조준모(성균관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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