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치킨·빵집 등에서 하루 15시간 중노동…대가는 없었다

[피지 탈출 피해자가 밝힌 신옥주집단의 실체] <하> 신자 아닌 돈벌이 기계였다

[단독] 치킨·빵집 등에서 하루 15시간 중노동…대가는 없었다 기사의 사진
피지 신옥주집단을 이끌고 있는 신옥주씨의 아들 김다니엘씨. 은혜로교회 게시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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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옥주집단 탈출자 김성일(가명)씨는 2년간의 피지생활이 돈벌이 기계 같은 삶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들은 하루 15시간의 중노동을 시키면서도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 밥만 주고 잠만 재워주는 현대판 노예였던 셈이다. 한국에서 헌금하면 피지 내 개인주택을 준다고 했다. 김씨는 신옥주씨의 세상 종말 주장을 철석같이 믿고 6억원을 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피지에 도착한 신도들은 집단 합숙을 하며 농사를 짓는 농림부, 레스토랑 커피숍 빵집 등의 영업부, 외국계 건축자재 소매점 등에 배속돼 근무했다. 모두 GR(Grace Road·은혜로의 영문 명칭)그룹 소속이었다. 신씨가 실소유주이고 총괄대표는 그의 아들인 김다니엘(본명 김정용·38)씨였다.

과천 은혜로교회 홍보자료에 따르면 신도들은 커피전문점 ‘스노위 하우스’와 햄버거 가게인 ‘퓨어그린’, 고급 레스토랑 ‘어썸그릴’, 피자점인 ‘서니피자’, 화장품 전문점 ‘미샤’, 아동복 전문점 ‘해피랜드’, 치킨집 ‘그레이스로드 치킨’, 빵집 등 60여곳에서 일하고 있다.

김성일씨는 신씨가 대기근을 외치며 신도들을 피지로 데리고 가 노예처럼 부리는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에선 당장이라도 재앙이 닥칠 것처럼 위기감을 조성해 놓고 정작 피지에 가서는 그 나라를 일으켜야 한다며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벌이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대기근을 준비한다면서 거대한 쌀 농장을 운영하는데 제대로 된 쌀 저장 창고조차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청을 높였다.

피지에서 탈출한 피해자들은 피지 거주자들을 구출하려면 그들의 심리를 파악하고 정부 차원에서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명숙(가명)씨는 “피지 거주 신도들은 TV나 인터넷은 물론 휴대전화조차 쓸 수 없는 상태로 외부와 철저히 단절돼 있다”면서 “교리에 중독된 신도들은 신씨의 구속을 성경 말씀의 성취라고 믿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씨는 “일반 신도는 물론 중간급 지도부까지 충분한 취침과 휴식을 취하지 못해 피폐한 생활에 따른 회의감이 들고 있다”면서 “내색은 하지 않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피지에 들어간 만큼 자포자기 심정으로 지낸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도 중 절반은 인간 이하의 삶에서 탈출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타작마당’이라는 집단 폭력이 무섭고 지도부에 여권을 돌려 달라고 말할 자신이 없기에 자력으로 탈출하긴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피해자들은 정부가 나서서 지도부를 구속하고 여권과 항공료가 없는 신도들이 다시 한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씨는 “피지의 신도들은 헌금을 갈취당하고 가정이 파괴된 채 신씨의 노예, 돈벌이 기계로 전락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 것”이라며 “410여명의 신도는 피지에서 나오면 영원한 지옥에 떨어지는 줄 착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그렇다 할지라도 한국 정부는 피지에서 강제노역에 시달리는 국민을 반드시 구출해 내야 한다”면서 “국민의 진정한 인권을 생각한다면 지도부를 모두 구속하고 재산을 환수해 피해자들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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