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기구하고 진실한 경험담, 감동 스토리 40편 기사의 사진
이야기는 얼마나 강력한 힘을 지녔을까. 어쩌면 그 답은 이 단체가 벌인 활동을 살피는 것으로 가늠해볼 수 있을 것이다. 1997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 ‘모스(Moth)’는 단체명과 동명의 타이틀로 공연을 열고 있다. 공연의 얼개는 심플하다. 누군가 연단에 올라 자신의 경험담을 담담하게 들려준다. 그런데 이토록 단순한 행사가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모스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는 2만개가 넘는다. 팟캐스트 연간 다운로드 횟수는 3000만건에 달한다. ‘모든 밤을 지나는 당신에게’는 20년 넘게 모스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이야기 가운데 삶의 정수가 담긴 스토리 40개를 추린 작품이다.

책에 실린 이야기는 각양각색이다. 한 여성은 우울증에 시달리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남편의 삶과, 그가 떠난 후 홀로 감당해야 했던 슬픔의 시간을 들려준다. 자신의 손가락에서 빛나던 결혼반지를 어색해하면서 절망을 체화한 이야기를 차분하게 풀어놓는다. 또 다른 여성은 천문학자로 살면서 인류 최초로 명왕성의 표면을 관측했을 때의 감격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명왕성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우리 눈앞에 펼쳐진 명왕성의 지형이 그렇게 기묘하리라고는 예상하지도 못했다. …이전에 천체망원경으로 명왕성을 봤을 때도 그 모든 것이 거기에 있었다. 단지 내가 보지 못했을 뿐이다.”

어떤 이야기는 웬만한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기구한 스토리를 담고 있다. 책에 실린 이야기가 하나같이 감동을 선사하는 건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담을 진솔하게 풀어냈기 때문일 것이다. 책을 엮은 사람은 모스의 예술감독인 캐서린 번스. 그는 책의 첫머리에 모스의 역사와 이 단체가 벌인 활동의 의미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한다. “용기를 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타인’은 존재하지 않고, 오직 ‘우리’만 존재할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된다.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공통점이 우리를 가르는 차이점보다 언제나 훨씬 크기 때문이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