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문은숙] 국제규범 위반한 BMW 용서하지 말자 기사의 사진
‘One-shot shopping product’ 미국에서 자동차가 이렇게 불린 적이 있다. ‘쇼핑하고 나면 끝’이라는 뜻인데, 차를 일단 사고 난 후에는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교환이나 환불이 어려운 현실을 비꼬며 나온 말이었다. 소비자보호법이 불완전했던 시절 미국 소비자에게 자동차는 이런 제품이었다. 1975년 연방정부 차원에서 일명 레몬법이 만들어지고, 이후 여러 주에서 시행되며 이 말은 점차 사라져갔다. 하지만 우리나라 소비자에겐 여전히 유효하다.

레몬법은 자동차에 결함이 있을 때 소비자가 교환, 환불, 보상 등을 쉽게 받도록 하려고 만든 법이다. 무엇보다 자동차 결함을 숨기거나 환불과 보상을 미루는 제조업체의 소비자 기만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한국형 레몬법이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자동차관리법을 개정한 것이다. 미국 레몬법이 시행된 해가 1982년이니 우리가 37년이나 늦었다. 세계의 주요 자동차 생산국이 되고 전 국민 자동차시대가 열린 게 언젠데….

원조 레몬법이 자동차 소비자를 보호하고 자동차 품질보증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면, 한국의 자동차관리법은 1조에 명시돼 있듯이 자동차의 등록, 안전기준, 자기인증, 제작결함 시정, 점검, 정비, 검사 및 자동차관리사업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이다. 우리도 진짜 레몬법을 만들어야 한다.

자동차에 결함이 있을 때 교환, 환불, 리콜 제도에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다. 자동차 구매나 정비, 보험을 이용할 때 소비자의 정보비대칭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폐쇄적인 공급구조 때문에 자동차 부품은 제조사가 정한 비싼 ‘정품’에 의존해야 하고, 자동차 정비 때는 ‘과잉 정비’를 당하기 일쑤이고, 부품을 바꿀 땐 차령에 관계없이 새 부품을 써야 한다. 자동차, 부품, 정비 서비스 모두 품질 비교는 어렵다. 자동차보험사는 신뢰하지 못하겠고 자동차보험 가격구조는 매우 의심스럽다. 수입차 소비자는 여전히 ‘호갱’ 취급을 받는다. 한국의 허약한 제도가 수입차 업체에 소비자를 기만할 빌미를 주고 있다. 소비자 권리는 쏙 빠진 자동차 관리제도 탓이다.

“국토교통부는 소비자 목숨보다 항공기나 자동차가 먼저인 것 같다.” 소비자활동가들은 농담 아닌 농담으로 이런 말을 하곤 한다. 국토부가 소비자의 생명과 안전을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았던 기억이 거의 없다. 이번 BMW 사태가 국토부 이미지 쇄신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맡은 소임과 직무 관련성이 다를 뿐이지 정부 부처 치고 사실상 소비자 보호 부처가 아닌 곳은 없다. 산업 육성 업무를 맡으면 소비자 안전과 권익은 돌보지 않았던 모순된 관행은 폐기되어 가고 있다. 국민 생명과 안전, 그리고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지 않는 부처나 기관은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첨단기술과 제품을 자랑하던 BMW는 소비자에게 화재 원인이나 결함도 분명히 밝히지 못한 채 시간을 끌고 있다. 자동차의 완전 자율주행시대를 열고 첨단교통산업으로 혁신하겠다는 국토부는 자동차 안전사고에서 리콜 대응조차 못하고 있다. 안전하고 친환경적이며 효율적인 자동차소비를 촉진하려면 국토부는 자동차소비자, 교통소비자 보호제도부터 혁신해야 할 것이다. 그 작업의 시작은 국제규범을 위반한 BMW에 엄하게 대응하는 일이어야 한다.

BMW는 글로벌시장 어디에서든 국제규범을 지켜야 하는 글로벌기업이다. 사회책임 국제표준(ISO 2600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과 같이 우리나라도 채택하고 있는 국제규범에 따르면 모든 업체는 위해와 위험이 없는 제품만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책임이 있고, 안전과 건강에 있어 소비자와의 합의나 관련 법규를 반드시 모두 충족시켜야 하며, 소비자를 기만·오도하거나 사기, 불공정한 표시나 정보의 누락 행위 등을 하지 않아야 한다. BMW가 국제규범을 어기고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이중 기준을 적용하는 사회적 범죄를 저질렀다면 결코 용서할 수 없다.

문은숙 소비자정책硏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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