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참배 80년, 이젠 회개다] “우상숭배의 죄, 지금 우리의 죄”… 대대적 회개운동 편다

[신사참배 80년, 이젠 회개다] “우상숭배의 죄, 지금 우리의 죄”… 대대적 회개운동 편다 기사의 사진
일본 군복을 연상케 하는 복장을 한 한국교회 지도자들이 1943년 4월, 일본 나라현 가시하라 신궁을 방문해 일왕에게 참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민일보DB
올해는 조선예수교장로회(예장)가 신사참배를 결의한 지 80주년 되는 해다. 예장은 1938년 9월 10일 평양 서문밖교회에서 개회한 제27회 총회에서 신사참배를 결의했다. 이에 앞서 감리교와 성결교 등도 신사참배를 결의하고 우상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신사참배를 결의한 뒤 개신교 지도자들은 해방될 때까지 적극적으로 일제에 부역하며 한국교회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 해방 직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에 친일행위를 한 목사들이 대거 연행됐지만 대부분 기소유예로 풀려났다. 징역형을 받은 목사도 일부 있었지만 별다른 죄책 고백 없이 교계로 복귀해 각 교단의 지도자로 살았다.

수치스러운 신사참배에 회개의 물꼬를 튼 것은 1992년 종교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템플턴상을 수상한 고 한경직 목사였다. 그가 “신사참배를 통해 우상숭배를 한 죄를 회개한다”고 밝히면서부터 한국교회의 회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회개의 열기는 신사참배 결의 80주년을 맞은 올해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인다. 교계에서는 신앙의 후배들이 우상 앞에 절한 선배들의 죄를 대대적으로 회개하자는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한국교회 전체가 참여하는 회개운동을 가장 먼저 제안한 곳은 한국기독교부흥협의회(한기부·대표회장 윤보환 목사)다. 한기부는 지난달 13일 서울 서초구 쉐라톤서울강남호텔에서 주요 교단과 연합기관 실무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신사참배 80주년 회개 집회를 위한 기도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한기부는 오는 10월 신사참배 회개를 위한 집회를 개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집회 준비위원장에 선임된 윤보환 목사는 “이번 회개운동을 계기로 어떤 우상에도 굴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고 거룩한 기도운동을 확산해 나가자”면서 “회개운동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도록 교단과 연합기관들이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교단들이 오는 9월 진행하는 정기총회에서 신사참배 결의가 무효라는 재결의를 해 달라”고 당부했다.

주요 교단 총회장들도 치욕의 역사로 기록된 신사참배 결의를 회개하고 재도약의 출발점으로 삼자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최기학 총회장은 “결의 당시 우상숭배냐 국민의례냐를 두고 갈등이 컸지만 신사참배는 분명한 우상숭배였다”면서 “이처럼 복음의 가치와 사회의 정서 사이에 충돌이 빚어질 때는 복음주의에 입각한 결정을 해야 하는데 선배들이 이 부분에서 큰 실수를 했다”고 했다. 그는 “교단적으로는 이에 대해 이미 세 차례 회개했지만 또 회개해야 한다”면서 “회개를 계기로 교인들의 삶이 변하고 우리 주변 도처에 산재된 우상을 완전히 척결하는 계기로 삼자”고 덧붙였다.

예장합동 전계현 총회장도 “기독교인들이 국민의례일 뿐이라는 일제의 주장을 수용하고 우상 앞에 허리를 숙인 일은 신앙과 민족정신에 있어 굴종이자 치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면서 “하나님 앞에 저지른 범죄행위를 잊지 말고 민족과 교회 앞에 다시는 그 같은 부끄러운 과오를 범하지 않겠다는 통렬한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사참배를 거부한 목회자들과 출옥성도들이 모여 설립한 예장고신 총회는 더욱 결연한 의지를 표하고 있다. 김상석 총회장은 “한국교회사에 있어 가장 수치스러운 역사인 신사참배 결의는 해방 직후에도 전혀 해결하지 못한 채 사실상 80년이라는 세월을 보냈다”면서 “수치의 역사를 더 이상 후배들에게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올해는 진정으로 회개하고 더욱 겸손하게 하나님만 바라보는 신앙인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윤세관 총회장은 “과거는 현재의 뿌리이며 현재는 미래의 뿌리”라면서 “지난 허물을 철저하게 회개하고 죄를 고백하며 겸손한 신앙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현재는 미래를 위한 자양분이 되지 못한다. 뼈를 깎는 회개를 통해 신앙인으로 거듭나는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 계기로 삼자”고 말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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