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 아우성에 아이돌보미 2만 명 늘린다는데… 돌보미는 “일 없다” 하소연 기사의 사진
한모(30)씨는 한 살짜리 아이가 있다. 육아휴직 중인 아내가 곧 복직이라 아이 맡길 곳이 필요하다. 한씨 부부는 정부의 아이돌봄 서비스를 알지만 신청할 생각은 없다. 한씨는 “가격이 저렴한 편이라 신청해도 되기 어렵다고 들었다”며 “돌보미가 너무 적어 어차피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인터넷 맘카페에는 돌보미를 못 구해 고민이라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아이돌봄 사업은 만 12세 이하 아동을 둔 맞벌이 가정 등에 돌보미가 방문해 돌봐주는 정부 사업이다. 이용자 만족도가 90점을 넘을 정도로 인기지만 돌보미가 부족해 수개월씩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정부는 지난달 저출산대책의 일환으로 현재 2만3000명 수준인 돌보미 수를 내년 4만3000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돌보미 사이에선 오히려 ‘일이 없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서울 강서구의 돌보미 A씨는 “일을 더 하고 싶지만 돌보미가 필요한 가정과 연결이 잘 안 된다”며 “그만큼 월급이 적어 ‘투잡’을 뛰고 있다”고 말했다. 양천구의 돌보미 B씨도 “부모들은 우리가 없어 몇 개월을 기다렸다고 하고 우리는 일이 없어 쉬엄쉬엄 한다”며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한쪽에선 ‘돌보미가 부족하다’고 하고 다른 쪽에선 ‘일이 부족하다’고 하는 간극은 수요·공급 시간대의 비대칭에서 기인한다. 9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시간제 돌보미 신청 시간대의 50% 이상이 오전 7∼10시, 오후 5∼8시다. 어린이집 등·하원 등에 돌보미가 필요한 출퇴근 시간이다. 돌보미 이현숙(54)씨는 “문제는 그 밖의 시간”이라고 했다.

돌보미의 근로자성에 대한 시각차는 또 다른 간극을 만들었다. 당초 정부는 돌보미의 근로자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돌보미들은 스스로를 근로자로 여긴다. 법적 다툼 끝에 지난 6월 법원은 돌보미의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법원 판결을 존중해 향후 근로자로 인정할 것”이라면서도 “(과거엔) 특수한 형태라서 근로자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돌보미들은 “여전히 정부는 돌보미를 근로자로 보지 않는다”며 “출퇴근 시간대만 일하면 근로자로서 제대로 된 돈을 벌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돌보미를 늘릴 경우 질 나쁜 일자리만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돌보미 확충으로 출퇴근 시간의 공급 부족 현상은 나아지겠지만 남은 시간대는 더 많은 돌보미가 일이 없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기존 돌보미들은 정부가 인력을 확충하면 일이 더 적어지지 않을까 걱정한다. 돌보미 C씨는 “아이돌봄 사업 제공기관 평가지표에 ‘아이돌보미 양성실적’이 추가됐다”며 “신입 돌보미에게만 일을 연계하면 기존 돌보미들은 뒷전으로 밀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일이 부족하다’는 것 자체가 일부의 주관적인 생각이라는 입장이다. 여가부 관계자는 “일이 적다는 건 주관적인 견해”라며 “지난해 시간제 월평균 근로시간은 90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에 돌보미 D씨는 “지난해 시급은 6500원이었다. 90시간을 곱해도 월 60만원이 안 되는데 출퇴근 차비 빼면 남는 게 없다”며 “올해 시급이 지난해보다 20% 정도 올라 일부 부모들이 부담을 느껴 일을 덜 맡기는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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